신년 등단을 향한 문학 지망생들의 꿈은 올해도 어김없이 뜨겁다. 지난 2일 원고 접수를 마감한 201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는 시 688명, 소설 364명, 희곡 107명, 동시 195명, 동화 152명이 응모해 부문별로 예심 및 본심이 진행되고 있다. 심사위원들은 올해 응모작들이 시대적 분위기를 긴밀하게 포착하고 다양한 스타일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신인 작가다운 재기나 자기 색깔은 다소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시 부문은 난해하고 실험적인 전위시는 퇴조하고 서정적 톤으로 일상의 순간을 포착하는 작품들이 늘어나는 추세가 계속됐다. 심사를 맡은 문학평론가 이광호씨는 "일상적인 삶 속의 서글픔과 삶의 고단함에 대해 얘기하는 시들이 많다"며 "이를 분노의 목소리로 표현하기보다 서정적 톤으로 번역하는 것이 주종이다"고 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언어를 즐기는 발랄한 감성이 부족하고, 언어에 대한 고민 없이 유형화된 감정을 전달하는 데 그친 작품들이 많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정일근 시인은 "삶의 다양한 모습을 포착해서 정말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게 시인의 진실하고 정직한 목소리인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소설 부문은 20대 미취업, 노인 문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시대 흐름을 보여주는 소재나 주제를 다룬 작품이 크게 늘었다. 심사를 맡은 문학평론가 소영현씨는 "SF나 판타지 등 한동안 유행하던 장르소설적 경향은 퇴조했고 빈곤한 현실 문제를 다루는 암울한 이야기가 많아졌다"며 "최근의 시대적 상황이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이수형씨는 "그간 현실 문제를 유머나 농담의 방식으로 다루는 경우도 많았는데, 그런 류의 작품도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은 그러나 "기성 작가의 스타일을 연상시키는 작품들이 많아 자기 색깔이 부족한 면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문학평론가 차미령씨는 "전체적으로 응모작들이 기본기를 갖추며 평준화됐으나 이야기와 문장력을 동시에 갖춘 작품은 드물었다"고 말했다.
희곡 부문에서도 SNS 등 시대적 소재를 접목한 작품이 많이 늘었으나 단순히 현상 보여주기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출가 박정희씨는 "시대 환경을 포착해서 다루는 작품이 많아졌지만 희곡적 글쓰기에 대한 문제의식이 옅은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연출가 이윤택씨도 "세상을 순발력 있게 관찰하는 것은 좋은데, 이를 희곡으로 내면화하지 못하고 상투적인 이야기로 푸는 경우가 많았다"며 "삶의 현상만 나열할 게 아니라 그 현상의 뿌리를 찾아내려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동화와 동시는 지역 소도시에서 투고한 작품들이 늘고 40대 이상 연령층의 참여도 많아 아동문학 창작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심사위원들은 그러나 아동문학의 성격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옅다고 지적했다. 동화작가 이상교씨는 "지방에서 투고한 작품이 늘고 있어 긍정적이다"며 "조금 어려운 내용의 청소년소설 같은 작품도 많은데, 문장이 좋은 것도 있지만 이를 동화로 보기 어려운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씨는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해 이혼 가정이나 다문화 가정 이야기가 많은데 이게 동화 소재로 굳어진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동시 심사를 맡은 김용택 시인은 "응모자들이 아직도 동시에 대해 오해를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의 동시가 자연을 노래하고 있고, 어린이 흉내를 내려는 경향도 짙다"며 "도시에 살고 있는 지금 어린이들의 삶을 보여주는 게 거의 없어서 좋은 동시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김주영기자 wi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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