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김정일은 혼수상태였으며 매우 위독했다.”
1993년부터 2008년까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여러 차례 치료했던 프랑스 의사가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당시 상황을 상세히 공개했다. 그에 따르면 치료 후 3년 동안 생존한 것 자체가 기적일 정도로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상태는 심각했다.
파리 생트안 종합병원 신경외과 전문의인 프랑수아 자비에 루(사진) 박사는 19일(현지시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2008년 8월 북한 당국의 긴급 호출을 받고 평양에 갔을 때 김 위원장은 적십자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었으며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루 박사는 병원에 도착해 건네 받은 진료 기록을 검토하다가 상태가 유독 심각한 환자를 발견했는데 환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으면 처방해 줄 수 없다고 버틴 끝에 면담 허가를 받아 그가 김정일 위원장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김 위원장은 상당히 위독했다”며 “의학적 조언으로 그를 구하는 것이 나의 임무였다”고 말했다.
루 박사는 그 해 9월과 10월 다시 평양을 찾아 김 위원장의 건강을 점검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건강과 관련해 매우 논리정연한 질문을 했으며, 프랑스 영화와 와인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뽐냈다”고 말했다. 루 박사는 김정은과의 인연도 언급했는데 “20대 아들(정은)이 아버지를 자주 찾아와 병상을 지켰지만 프랑스 의료진과는 전혀 대화를 하지 않아 특별한 인상을 갖기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루 박사는 “나의 처방으로 김 위원장의 상태가 나아졌다”면서도 “뇌졸중이 그의 사망 가능성을 높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은 뇌졸중 후유증이 어느 정도 호전되자 6개월~1년 전부터 술과 담배를 다시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루 박사는 1993년 낙마 사고로 머리를 다친 김 위원장에게 의학적 조언을 하면서 북한과 인연을 맺었다. 3년 뒤에는 프랑스 의료진을 대동하고 직접 평양을 방문했다. AP통신은 “루 박사는 한번도 김 위원장의 구체적 병력과 치료 방법을 공개하지 않았다”며 그는 북한 당국과 한 비밀 엄수 약속을 지켰다고 전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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