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가장 확실한 대비책은 뭐니뭐니 해도 두둑한 '실탄'이다. 통일재원만 넉넉하다면 한반도 통일에 대한 외부의 우려도 일거에 씻어낼 수 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통일재원 논의는 말만 무성했지 별 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정부는 통일재원을 미리 쌓아두자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국민들의 거부감을 최소화하는 '현명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20일 기획재정부와 통일부 등에 따르면 매년 예산 범위에서 당장 쓸 수 있는 통일 재원은 남북협력기금과 예비비 정도. 정부의 내년 예산안에 담긴 남북협력기금 사업비는 1조70억원, 재해 등 예산 편성 당시 예기치 못했던 상황에 대비하는 예비비는 2조8,000억원 규모로 그리 크지 않다. 전문가들은 통일 초기비용으로만 수십조~100조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통일비용 마련이 절실하지만 현실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우선 통일비용 추산이 기관마다 수백조~수천조원으로 다양해 얼마가 필요한지조차 불투명하다. 최근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통일재원 마련 방식으로 제안한 '통일 항아리' 주장에도 당장 '막대한 기회비용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반론이 나온다.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는 "3~5년 안에 통일이 된다면 모르겠지만, 언젠가 될 지 모르니 모아놓고 보자는 건 20대 젊은이가 수의부터 준비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국민 부담을 줄일 현실적인 대책을 주문한다. 우선 선제적인 투자로 북한 경제의 자생력을 키워 통일비용을 최소화하고, 통일이 가시화하면 각종 인프라 및 산업단지에 국내 기업이나 해외 투자자금을 유치하는 식이다. 동북아 안정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국제기구의 협력을 끌어들이는 방식의 투자유치도 거론된다. 통일로 수익 개선이 예상되는 관광 및 물류ㆍ유통업 등과 북한 접경지역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통일 이득세'도 검토 대상이다.
그래도 모자라는 부분은 통일세를 신설하거나 소득ㆍ법인세를 인상해 마련할 수 있다. 미래 통일한국에 국민들도 일정부분 기여한다는 의미에서 통일채권 발행도 가능하다.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는 "처음부터 국민들에게 부담을 지우면 거센 반발에 부딪힐 수 있는 만큼, 무엇보다 통일비용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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