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북한 내 급변사태가 발발할 경우 군 당국은 어떻게 대응할까.
군은 북한 내에서 급작스레 벌어질 수 있는 시나리오를 상정한 '개념계획 5029'를 마련해 놓고 있다. 시나리오는 ▦김정일ㆍ김정은의 유고나 쿠데타에 의한 내전 ▦주민봉기 등 불안정 상황 ▦대량살상무기(WMD)의 반군 탈취 또는 해외 유출 ▦대규모 탈북 사태 ▦대규모 자연재해 ▦북한 체류 한국인 인질사태 등 6가지다. 또한 이 같은 모든 우발상황에 중국이 북한에 개입하는 상황도 포함돼 있다.
군은 5029가 '개념계획'이라는 점을 누차 강조해 왔다. 군사작전과 상관없는 시나리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다. 대조적으로 '작전계획'은 실제 병력과 물자, 장비를 운용하는 구체적인 지침이다. 한미 양국군은 1974년 이후 북한군의 전면 남침 상황을 가정한 '작전계획 5027'을 기초로 연합 훈련을 하고 있다.
하지만 5029는 사실상 작전계획으로 운용되고 있다. 각급 부대별로 세부적인 작전계획이 완성되지 않았을 뿐 북한의 불안정사태를 모두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념계획 5029는 실제 훈련에도 적용되고 있다. 한미 양국은 2, 3년 전부터 매년 2월 실시하는 한미 연합 키리졸브 연습 때 5029를 적용해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 유고시 북한지역 안정화 작전을 하고, WMD의 무력화를 상정한 한미 연합작전도 펼쳐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 8월 실시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 때도 양국은 합동기동부대(JTF-E)를 편성해 북한의 WMD를 탐지하고 제거하는 연습을 했다. JTF-E는 이라크 등 전세계 전장에 파견돼 WMD를 탐지하고 제거하는 미 육군 제20지원사령부가 주축으로 구성돼 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2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5029가 개념계획이라고 해서 굉장히 불안한데 북한 내 사태에 대비해 여전히 발전시키는 단계인가, 아니면 충분한 계획을 갖고 있나"는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의 질의에 "(5029를 통해) 북한의 모든 상황에 대비해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5029가 작전계획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을 시인한 것이다.
개념계획 5029는 2009년 김태영 전 합참의장과 월터 샤프 전 한미연합사령관이 서명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운영방식은 한국군이 주도하고 미군이 지원하는 형태의 지휘구조에 기반해 있다. 다만 WMD 제거는 기술과 장비의 수준을 고려해 미군이 주도한다. 한미 양국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99년 개념계획 5029 작성을 시작했다. 2008년 8월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나돌면서 현재의 6가지 유형으로 구체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미 정부는 김 위원장이 5년 내에 사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정보를 기초로 5029 작성을 서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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