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계는 오랜만에 활기가 넘쳤지만 연극계는 상대적으로 침울한 한 해였다. 몇몇 대형 공연의 흥행과 하드웨어 구축으로 고무된 뮤지컬계와 달리 연극계는 코미디 편중 심화와 소극장 공연 침체가 눈에 띄었다.
뮤지컬계는 오랜 숙원이던 전용극장 시대를 열었다. 첫 뮤지컬 전용극장인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가 2006년 개관했지만, 1,200석 규모의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8월)와 1,760석 규모의 한남동 블루스퀘어(11월)가 문을 연 올해가 전용극장 시대 원년으로 부를 만하다.
장기 상연이 가능한 전용극장의 개관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인 동시에 수익성 문제로 무대에 올리기 어려웠던 대형 신작 초연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실제 몇 년 간 소문만 무성했던 '위키드'의 내한 공연과 '레미제라블' 한국어판 초연이 내년 이후 블루스퀘어에서 예정돼 있다. 덕분에 2012년 뮤지컬 무대가 더욱 풍성해질 전망이다. 내년에는 '엘리자벳' '캐치 미 이프 유 캔' 등 라이선스 초연과 '미남이시네요' '풍월주' 등 창작 초연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뮤지컬 신진 창작자 지원 창구가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민간 기업으로 다변화하면서 창작 기반이 한층 탄탄해졌다. '모비딕'은 CJ문화재단이 지원한 낭독 공연으로 출발해 대구뮤지컬페스티벌의 창작 지원작으로 초연하고 두산아트센터에서 정식 공연을 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올해 2월까지 공연된 '빌리 엘리어트'를 필두로 3월 개막한 '광화문 연가', 여름까지 9개월 간 이어진 '지킬 앤 하이드', 8월 말 시작해 현재도 공연 중인 '맘마미아' 등 대형 공연의 흥행이 뮤지컬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 배경으로 높아진 관객층의 연령대를 꼽는 이들이 많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티켓 예매자 분석을 시작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올해(1월 1일~12월 4일) 30대 뮤지컬 관객의 비중이 20대 관객 비율을 앞질렀다. 지난해 44%였던 20대 관객의 비중은 올해 33%로 준 반면, 30대 관객 비중은 지난해 35%에서 올해 43.8%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11%였던 40대 관객 비율도 15.9%로 늘었다.
연극 역시 지난해 63%였던 20대 관객이 54.5%로 줄고 30대가 19%에서 28.8%로 늘었다.
그러나 대학로 연극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점은 올해 공연계의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연극계는 최근 몇 년 새 프로듀서가 레퍼토리를 선정하고 그에 맞는 연출가와 배우를 모아 공연하는 프로듀서 시스템이 자리잡으면서 흥행에 유리한 코미디 편중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소극장 연극은 갈수록 침체되고 있다.
올해 눈에 띄는 연극은 대부분 500석 안팎의 중극장 공연이었다. 지난 5월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된 '푸르른 날에', 9월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 '우어파우스트'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기획 공연 위주로 레퍼토리를 구성하는 주요 극장들이 중견 연출가들을 고용하면서 정작 이들이 소속 극단에서는 신작을 내놓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오랜 기간 1인 체제로 이어져 온 뮤지컬 프로듀서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한 해이기도 하다. 올해 초 개막 첫 주 관객에게 재관람 기회를 제공하는 초유의 리콜 사태를 빚은 뮤지컬 '미션'은 자금력이 부족한 공연기획자가 무리하게 대형 공연을 추진하면서 공연의 질을 떨어뜨린 대표적인 예다. 이에 따라 다수의 프로듀서가 작품 개발과 투자, 대관, 예술감독 등 영역별로 책임지는 프로듀서의 역할 분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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