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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백두산 감자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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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백두산 감자구이

입력
2011.12.2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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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여름 일주일 일정으로 북한을 다녀온 적이 있다. 그 여정이 아직도 선명한데 백두산 어느 숲 속에서 감자를 구워먹던 일은 한 장의 추억사진으로 남았다. 북에선 어디를 가든 출입구가 봉쇄되었다. 평양 시내 고려호텔이 그랬다. 마치 호텔 현관문이 국경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백두산 숙소 앞을 지키는 북측 친구들이 없어 산책을 나섰다. 무작정 백두산 산길을 따라 걸었다. 북한에 와서 처음 느끼는 편안함이었다. 한참을 걸었는데 어디선가 감자를 굽는 구수한 내음이 났다. 친근한 냄새를 찾아가 보았더니 남에서 온 방북단체에서 감자를 구워먹고 마무리하는 자리였다.

인민복을 입은, 사람 착하게 보이는 북측 주민 몇이 감자구이를 돕고 있었다. 인사를 하고 나도 불가에 앉아서 구운 감자를 즐겼다. 불 속에서 잘 익은 감자를 골라내어 껍질을 벗겼다. 감자가 백두산서 나느냐고 물었더니 개마고원 어디에서 캐온 감자라고 했다. 그곳에서 개마고원까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는 몰랐지만 백두산에서 개마고원 감자를 구워먹는 호사를 누렸다.

숯검정을 입가 여기저기에 묻혀가며, 파안대소하며 먹었다. 백두산에서 우리가 처음 안내 받은 곳은 '백두밀영'이라는 곳이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태어난 곳이라고 했다. 69세의 그가 급병으로 사망했다. 그도 감자 심는 농부였더라면. 코끝에 하지감자 냄새가 싸하게 지나간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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