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북한 체제가 불안정해지면서 북한이 보유한 대량살상무기(WMD)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구소련 붕괴 이후 WMD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전례에 비춰 우려가 크지만, 일단 북한은 상황이 다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WMD의 향배를 좌우하는 건 북한 군부다. 군부의 결속이 느슨하고 통제 불능의 상태에 빠질 때 우려되는 현상이 WMD 유출이다. 북한은 WMD을 통해 대외적으로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체제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WMD는 권력을 가진 쪽과 그렇지 못한 쪽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점이다. 또한 WMD는 수지 맞는 돈벌이 수단이기도 하다.
북한 군부는 현재로서는 김정은이 장악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정은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정일 다음 단계의 직책이다. 김정일은 지난 1년여동안 김정은의 군부 장악을 돕기 위해 김일성 주석 때부터 자리를 지켰던 군부 원로들을 차례로 퇴진시키고 리영호(69) 총참모장, 김정각(70) 총정치국 제1부국장 등 신진세력을 포진시켰다. 이들은 모두 김정은의 절대적인 추종세력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20일 "북한군 지도부 안에서 김정일과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은 없다. 북한 군부는 우리의 생각보다 공고하다"고 단언했다.
리영호가 맡고 있는 총참모부는 북한의 군사작전을 총지휘하는 기구다. 북한 체제와 군부의 특성상 총참모부의 묵인 없이 WMD를 유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총정치국은 북한군을 내부 통제하는 일종의 감찰조직이다. 김정은과 그 측근들 외에 다른 세력이 군부에 발붙일 공간이 없는 것이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북한 군부 내 권력투쟁이나 갈등의 징후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도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통치권력이 김정은에게 넘어갔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WMD를 김정은이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 군부가 분열되면 남북관계에 갈등의 골이 생길 수 있다. 대남 도발이 그 중 하나다. 강경파의 입김이 세져 군부가 주목 받고 온건파가 소외받는 경우다. 김 장관도 "장례기간이 끝나고 나면 어찌될지 도발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북한은 2006년과 2009년 핵실험을 거치면서 7, 8기의 핵무기와 40㎏의 플루토늄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0년 11월에는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 2,000여개를 가동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외에 사거리 1,300㎞인 노동미사일과 사거리 3,000㎞가 넘는 무수단 미사일을 실전 배치했다. 장거리탄도미사일(ICBM) 개발에도 착수해 세 차례 시험 발사했다.
북한은 이외에도 2,500~5,000톤의 다양한 화학무기를 확보해 전국에 분산 저장하고 있다. 또한 탄저균, 천연두, 콜레라 등 생물무기를 자체적으로 배양하고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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