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북한 권력 내부는 당분간 진공 상태가 불가피해졌다. 이는 곧 주민 동요로 인한 대규모 탈북 사태 가능성과 직결된다. 북한발 난민 사태는 천문학적 통일 비용을 떠안게 될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에도 큰 부담이 되는 만큼 각국 정부들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문제다.
김정일 사망 나흘이 지난 20일 현재 뚜렷한 대규모 탈북 움직임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류우익 통일부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긴급 현안 질의에서 탈북 사태 발생과 관련,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지만 현재는 특이한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북한 주민들이 차분하게 집단 조문하는 모습을 전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가안전보위부 등 공안기관들이 그물망 감시체제를 구축한 북한에서 주민들의 '단체 행동'은 쉽지 않다.
그러나 김정일 사망을 계기로 주민 통제가 느슨해질 경우 탈북자가 급증할 가능성을배제할 수 없다. 특히 2009년 북한 당국의 화폐개혁 실패로 악화한 경제난은 북한 주민들의 탈북 동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세계식량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주민 3명 중 1명 꼴인 840만명이 영양부족 상태다.
실제 최근 서해를 통한 가족 규모의 탈북이 잇따랐다. 통일부는 올해 탈북자 수가 사상 최대였던 2,927명(2009년)을 웃도는 3,000명 선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고난의 행군'으로 식량난이 악화한 1990년대 후반에도 탈북자가 크게 늘어났던 전례가 있다. 집단 탈북까지는 아니더라도 '피의 숙청' 과정에서 권력에서 밀린 고위급 인사들이 탈북 러시를 감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과 중국은 김정일 사망 후 국경지대에 병력을 증파하는 등 탈북 대비 태세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군이 병력 2,000여명을 훈춘(琿春)과 투먼(圖們) 일대에 배치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한편 류 장관은 이날 탈북 대책과 관련, "정부는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 장관은 '북한 주민의 대량 이탈 가능성이 커져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이회창 자유선진당 전 대표의 지적에 대해 "이번 사태가 미칠 영향을 감안해 정부가 대책을 강구하고 있고, 특별히 관련 주변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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