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을 두고 마주보는 중국 단둥(丹東)과 북한 신의주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탈북자가 크게 늘어날 것에 대비, 중국 인민해방군이 압록강 인근 군부대에 병력을 증파했다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북중 국경지역은 인적마저 줄어 점차 침묵에 빠져들고 있다.
20일 오후 1시 30분 압록강 상류 마펑(馬峰)진에 도착해 맞은편 북한 함경북도 의주의 농촌마을을 바라보았을 때 먼저 눈에 띈 것은 조기 게양된 인공기였다. 지도자의 죽음에 북한 전역이 조기를 걸었을 텐데 그것이 국경 건너 중국에서도 보일 정도였다. 단둥에서 차로 40분 정도 떨어진 마펑에서 마침 소형 모터보트를 타고 압록강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었는데 현지 안내인은 거기서 바라본 북한 농촌마을의 군부대를 의주31여단이라고 소개했다. 체감온도가 영하 20도에 이르는 압록강변에는 최근 서너겹의 철조망이 새로 설치됐는데 이는 지난달 11일 북한 군인 여덟명이 부대를 이탈, 단둥으로 넘어왔기 때문이라고 안내인이 알려주었다.
보트를 타고 압록강 상류를 따라 맴돌자 3톤 정도 되는 북한 경비선 한 척이 나타났다. 경비선의 총 든 군인들이 접근하지 말라며 손짓을 해댔다. 금방이라도 총탄이 날아올 것 같은 팽팽한 긴장감이 전해졌지만 그런 일이 실제 일어나지는 않았다.
중국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이 북한 붕괴를 부르고 다시 탈북자 양산으로 이어질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달 중순부터 북한과 함께 북한 주민의 탈북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으며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20일부터는 압록강 국경지역의 경계 경비를 강화했다.
단둥의 한 대북소식통은 “단둥국경관리소와 북한이 19일 국경지역 경비 강화를 위한 긴급회의를 열었다”며 “아직 특이한 움직임이 없지만 10일간의 애도기간이 지나면 북한 내부 사정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 중국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금평과 마주한 중국 땅에도 최근 감시카메라가 설치되고 이례적으로 무장경찰 차량이 배치돼 정기 순찰을 돌고 있다. 황금평은 압록강 지류가 마르면서 현재 북한 땅과 이어져있다.
압록강 철교는 20일 오전만해도 승합차와 컨테이너 트럭이 바삐 오갔지만 오후 들어서는 차량 통행이 끊기고 인적도 자취를 감췄다. 북한을 자주 드나드는 한 중국 무역상은 “북한에서 철수하는 중국 무역상들로 인해 19일 밤 11시가 넘도록 압록강철교가 인산인해를 이뤘다”며 “북한이 정치적으로 불안해질 것을 우려해 서둘러 철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중국의 관광사업도 20일부터 올스톱됐다. 신의주 관광상품을 판매해온 단둥의 여행사들은 “북한 사정에 따라 당분간 북한 관광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매일 오전 단둥에서 신의주로 출발하던 관광열차도 20일부터 운행을 중단했다. 북한이 김정일 위원장 애도기간 동안 가무와 오락을 금지하기로 하면서 평양고려식당 등 단둥 시내의 북한 식당들도 ‘영업 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내건 채 문을 닫았다. 신의주와 단둥 지역은 차가운 겨울 밤처럼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은 채 불확실성에 대한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단둥(랴오닝성)=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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