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무섭다.”(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
미국에서 김정일 사망을 51시간이나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정보 실패’를 거울 삼아 대북 정보의 빈약성을 직시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김정일의 죽음, 광범위한 정보실패’라는 기사에서 “아시아(한국 일본)와 미국 정보기관이 북한의 두드러진 변화를 사전에 포착하는데 실패했다”고 전했다. 한미 양국이 고성능 정보위성, 고고도 정찰기, 고감도 감청장비 등 최첨단 하드웨어를 갖췄음에도 정작 가장 중요한 고급 정보(김정일 사망)를 놓쳤다는 것이다.
워싱턴 외교가는 김정일 사망보다 미국이 그걸 몰랐다는 사실을 더 충격적으로받아들이고 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이 이틀 연속 “북한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한 것은 미국이 북한 상황 파악에 그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NYT는 김정일 사망을 사전에 알아채지 못한 이유는 정보기관이 북한 핵심 권부에 선을 대지 못했기 때문으로 봤다. 김정일 사망 같은 민감한 정보는 극소수의 지도층에만 공유되는데, 그들이 이 사실을 숨기면 밖에서 알 도리가 없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정보 부재 때문에 북한 권부에서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 적기에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익명의 전직 정보당국자는 “우리 정보기관의 가장 큰 문제는 북한 지도층에까지 (정보 요원이) 침투하지 못했다는 점”이라며 “탈북자가 있지만 그들의 증언은 오래된 얘기이고, 중간층 정보원이 있지만 그들은 핵심 권부의 일을 알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후계자인 김정은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 정부당국자는 WP에 “김정은이 군과 지도부를 관리할 능력이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하겠지만, 그 체제가 얼마나 공고하게 유지될 지 미국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