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가 강타한 올 3분기 국내기업들의 매출액 증가율이 거의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기업도 3곳 중 1곳을 넘어섰다. 반면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상승했다. 기업들의 성장성, 수익성, 안정성이 모두 악화된 것이다.
한국은행이 20일 국내 상장법인 1,420곳과 비상장 주요기업 102곳을 분석해 발표한 ‘3분기 상장기업 경영분석’에 따르면 주요 성장성 지표인 매출액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12.1%에 그쳤다. 전 분기 13.1%보다 낮아진 것으로 2009년 4분기(7.5%) 이후 최저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금속제품(23.5%→16.4%) 전기전자(-0.2%→-3.0%) 조선(8.0%→5.0%) 등을 중심으로 매출액 증가율이 2분기 15.5%에서 3분기 13.6%로 떨어졌다.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3분기 중 5.3%로 전 분기 5.5%보다 소폭 낮아졌고, 매출액 세전순이익률은 환율 상승 등의 여파로 이 기간 5.6%에서 3.1%로 크게 악화됐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이자보상비율은 432%에서 400%로 급감하며 2009년 2분기(362%)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이 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 비중이 2분기 30.2%에서 35.5%로 급증했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3곳 중 1곳을 넘는다는 얘기다.
안정성 지표 역시 나빠졌다. 부채비율은 2분기 97.4%에서 102.1%로 높아지며 빚이 자기자본을 넘어섰고, 총자산에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주는 차입금의존도 역시 24.8%에서 26.3%로 치솟았다. 부채비율이 500%를 넘는 업체 비중도 3.2%에서 3.9%로 확대됐다.
한은 관계자는 “3분기에 유럽 재정위기가 본격화하면서 기업들의 실적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경기 둔화에 환율 상승까지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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