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19일 사망함에 따라 후계자인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후계체제가 안착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위원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았던 후계 체제 구축시간과 젊은 나이(29세)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과연 김 부위원장이 온전하게 권력을 잡아 유례없는 3대 세습을 완성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서다.
일단 김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선례를 따라'3년상'을 주도하면서 후계체제를 공고히 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른바 김 위원장이 김일석 주석의 사망 이후 '유훈통치'를 했던 전례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구축해 놓은 후견인 그룹의 힘을 등에 업고 사실상 권력 세습을 완성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대적 상황은 김정일 위원장이 권력을 승계 받던 시절과는 차원이 다르다. 상대적으로 후계 체제를 제대로 갖추기도 전에 김 위원장이 급작스럽게 사망했으며, 내부 경제사정도 열악할 대로 열악해진 상황이다. 가장 중요한 군 내부도 김 부위원장의 장악력이 아직 완전하다고 볼 수도 없다.
김 부위원장은 2009년 후계자로 내정되고 2010년 당 대표자회를 통해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올랐다. 하지만 불과 2년 만에 권력승계 작업을 하기란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의 경우 1974년 후계자로 내정된 후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때까지 무려 20년이란 시간 동안 후계체계 구축을 위한 시간을 거쳤다.
더구나 김 위원장의 경우 장남인데다 김 주석 첫째 부인의 아들이다. 하지만 김 부위원장의 경우 삼남에다 배다른 형도 외국에 있다. 체제 구축에 가장 위협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52세에 권력을 이양 받은 김 위원장에 비해 올해 29세에 불과한 김 부위원장이 단독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국정을 운영해 본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구축해 놓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과 김경희 당 경공업 부장, 군부실세인 리영호 군 총참모장 등 후견 그룹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장 부위원장을 필두로 하는 후견인 그룹은 일단 체제 존속을 위해'김정은 후계체제'완성에 조력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여기서 장 부위원장이 최근 전면한 포진시킨 자신의 측근들과 다른 생각을 모의할 경우 북한 권력의 향배는 전혀 엉뚱한 것으로 흐를 수도 있다.
또 김 부위원장이 후계자로 공식 등장한 이후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부, 군 정찰총국 등 공안기관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들 역시 김 위원장 체제 하에서 충성을 맹세한 세력이라는 측면에서 강경 군부 세력의 반발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의 역할도 중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일단 중국은 북한 체제의 안정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김정은 후계체제'를 용인하고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북한 내부 사정이 중국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흐를 경우 김 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을 전면에 내세우는 등 적극적인 내정 간섭에 나설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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