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형마트를 대표하는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벌이는 '반값 TV'경쟁이 점입가경이다.
롯데마트는 19일 50만원도 되지 않는 32인치 '통큰 LED TV'를 내놓았다. 앞서 지난 10월 이마트가 반값 TV를 선보이면서 돌풍을 일으키자 이에 맞불을 놓은 것이다.
두 대형마트의 저가 LED TV의 가격은 모두 49만9,000원. 하지만 롯데마트의 통큰 TV는 먼저 나온 이마트 TV를 의식한 듯 다방면에서 제품 사양을 높였다.
롯데마트가 국내 가전제품 제조사인 모뉴엘과 제휴해 내놓은 32인치 '통큰 LED TV'는 LG디스플레이의 패널을 채용한 게 가장 큰 특징. 이마트TV는 대만의 TPV사 패널을 썼는데, 롯데마트측은 국산 패널 제품이란 점을 집중 강조하고 있다.
통큰TV는 화면 주사율에서도 120㎐를 채택, 이마트 TV(60㎐)보다 높였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120㎐ 기술은 초당 120프레임의 영상이 재생된다는 뜻으로 60㎐ 제품보다 스포츠와 영화 등 빠르고 역동적인 영상의 질이 좋다"고 말했다. 아울러 통큰 TV는 돌비(Dolby) 인증을 받은 10W의 스테레오 스피커를 2개 장착해 입체적 음향을 즐길 수 있도록 했고, 화면 밝기도 동급 최상 수준인 450cd/㎡에 달한다고 롯데마트는 설명했다.
롯데마트는 우선 2,000대를 판매한 후 반응이 좋으면 한 달 후 추가 물량을 주문할 계획이다. 이마트 LED TV의 경우 출시 당시 이틀 만에 준비된 물량 5,000대가 모두 팔려나갔다. 이마트측은 "내년 1월에 다시 TV판매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어, 양사의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대형마트의 반값TV 돌풍이 이어지자, 기존 가전업체들도 서서히 긴장하는 분위기다. 지금까지는 "대형마트의 저가 TV는 기본적으로 고급 TV 사양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태연한 태도를 보여왔지만, 의외로 인기가 높아지자 이젠 경계를 풀지 않고 있다.
그 동안 국내 TV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90% 이상을 과점해 왔고, 이 때문에 굳이 높은 사양의 TV를 들여 놓을 필요가 없는 병원이나 숙박시설마저도 값비싼 대기업 제품을 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반값 TV의 등장으로 이런 시장이 빠르게 잠식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이마트 TV 출시 당시 이 같은 업소 측 고객이 많았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또 저가 TV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실제 사용해본 고객들을 통해 만족도가 검증되면, 점차 사양이 고급화하면서 대기업 가전사의 TV와 경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국내 TV 가격이 대기업 2개사의 과점 때문에 해외에 수출된 동일 제품에 비해서도 높은 게 사실"이라면서 "유통사들의 저가 TV 경쟁이 계속되는 것은 소비자 권익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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