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최태원(51) 회장 형제의 선물투자 손실 그룹 보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중희)는 19일 최 회장을 횡령 혐의 등으로 소환 조사했다. SK그룹 압수수색으로 본격 수사에 착수한 지 41일 만이다.
이날 오전 9시20분께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에 출두한 최 회장은 "개인적인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저를 둘러싼 의혹과 오해가 있는 걸로 생각되는데 가능한 성실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 회장을 상대로 2008년 10월 SK텔레콤과 SK C&C가 창업투자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출자한 자금 497억원이 베넥스 대표 김준홍(46ㆍ구속기소)씨의 돈세탁을 거쳐 최 회장의 선물투자를 대리한 무속인 김원홍(50)씨 계좌로 넘어가게 된 경위와, 이 과정에서 최 회장이 지시를 했는지 등을 추궁했다. 또 한 달 후 SK 계열사들이 495억원을 변제 형식으로 다시 베넥스에 출자한 사실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검찰은 이를 최 회장 주도로 이뤄진 그룹 자금 횡령으로 의심하고 지난 3월 중국으로 출국한 김원홍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 소환에 나섰다.
검찰은 또 최 회장이 5년 넘게 그룹 임원 성과급을 과다 지급한 뒤 다시 빼내는 수법으로 2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도 계좌추적을 통해 추가로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그러나 조사에서 "지시를 한 적도 없고 사전에 알지도 못했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최 회장 소환조사 이후 최 회장과 최재원(48) SK그룹 수석부회장 형제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를 고심하고 있다. 당초 '동생 구속기소, 형 불구속기소'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수사팀은 최 회장 처벌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최 회장이 관련된 과거 사건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최 회장은 SK㈜ 대표이사 회장이던 2003년 1조5,000억원대의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구속기소돼 2008년 징역3년 집행유예 5년형이 확정됐다가, 79일 만인 그 해 8월 15일 사면돼 논란을 빚었다. 이번 최 회장 횡령 혐의의 시작 단계인 SK그룹의 베넥스 출자 시기는 사면 76일 만인 그해 10월29일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155일 사이에 '형 확정, 사면, 재범'이 이뤄진 셈"이라며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강도높은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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