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과 차남 김정철, 이복동생인 김평일 등 이른바 '곁가지 세력'들의 소재와 동향은 19일까지 공식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한 언론은 이들의 움직임에 대해 별다른 보도를 하지 않았다. 이들은 국가장의원회 명단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대북 소식통은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때와 비교해보면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제외한 다른 '로열 패밀리'들은 김 위원장 사후 사태 수습과 장례 일정 등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언론에도 노출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들은 28일 영결식 때나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정권과 후계 구도에 지장을 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후계자의 형제와 친인척을 극도로 경계하는 북한 권력의 속성 때문이다.
김 위원장과 본처 성혜림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밀려난 황태자'가 된 김정남은 그간 중국과 마카오 등에 머물러 왔다. 대북 소식통은 "김정남은 17일 김 위원장 사망 이후에도 북한에 들어가지 않고 내내 마카오에 체류 중인 것으로 보인다"며 "그가 장례식에 참석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김일성 주석 사망 때 상주였던 김 위원장은 이복 형제인 김평일의 평양 접근을 막았었다. 이번에도 김정은이 굳이 이복형제인 김정남을 불러들일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 많다. 김정은은 김 위원장과 세 번째 부인 고영희 사이에서 태어난 두 아들 중 둘째다. 김정남은 2009년 1월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된 뒤 한 번도 북한 땅을 밟은 적이 없고, "북한 후계 구도에 관심이 없다"고 말해 왔다. 일각에선 자신을 경계하는 김정은에 의해 억류될 가능성 등을 우려한 김정남이 북한 입국을 거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고영희가 낳은 첫째 아들이자 김정은의 친형인 김정철의 최근 소재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으나, 후계 구도에서 밀려난 이후 북한과 외국을 자주 오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영국 출신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턴의 콘서트를 관람하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된 이후 신변이 노출되지 않았다. 김정철은 김정은과 비교적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장례식에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
김평일은 1970년대 김 위원장과의 후계 경쟁에서 밀린 뒤 헝가리, 불가리아, 핀란드, 폴란드 대사 등을 맡으며 주로 외국에서 지내왔다. 그의 동향에 대해서는 외국 체류 중이라는 설과 올해 5월 평양으로 소환돼 가택 연금 상태라는 설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김평일의 세력이 위축돼 더 이상 김정은에게 위협 대상이 되지 않는 만큼 이번 장례식 참석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정남의 장남이자 김정은의 조카인 김한솔은 올해 보스니아의 국제학교에 입학한 뒤 개인 경호원 없이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는 혈통만 보면 김 위원장의 장손이지만, 김정남의 아들이어서 김정은과 좋은 관계로 보기 어렵다. 김한솔은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손자라는 사실이 부담스럽다"며 북한과 선을 긋는 발언을 했었다. 그가 언론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김 위원장의 사망에 대한 언급할지도 관심거리이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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