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19일 정부는 온종일 긴박하게 움직였다. 24시간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하면서 금융시장 동향과 원자재 수급 상황, 무역ㆍ투자동향 등을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미리 수립해 놓은 단계별 비상상황계획(컨팅전시 플랜)도 꼼꼼히 검토했다.
가장 급한 쪽은 역시 금융시장. 김 위원장의 사망사실이 알려진 직후 폭락했던 주가는 시간이 흐르면서 다소 낙폭은 만회했지만, 한반도 정세 자체가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치닫는 만큼 당국은 조금도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김석동 위원장 주재로 금융시장특별점검회의를 소집, 금융감독원과 함께 비상금융상황대응팀을 구성키로 했고, 금융시장의 동향을 24시간 파악할 수 있는 비상금융통합상황실도 꾸렸다. 금감원도 권혁세 원장 주재로 긴급 비상 임원회의를 개최해 은행ㆍ증권ㆍ보험 등 각 분야별 주요 위험요인을 점검했다. 한국은행도 김중수 총재 주재로 비상대책회의를 소집,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긴급 점검할 수 있는 상시 금융비상대책반을 24시간 가동키로 했다.
금융분야 컨팅전시 플랜은 일단 유동성공급 확대 쪽에 맞춰져 있다. 당장 이 카드를 쓸 단계는 아니지만 북한정세악화로 금융시장불안이 심화되고, 외국인자금이탈과 신용등급 강등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것에 대비해 한은은 필요할 경우 유동성 무제한 공급과 대폭적인 금리인하 등 비상계획을 마련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 쪽도 마찬가지다. 외환당국은 시장불안이 커진 만큼 환율상승은 일정기간 불가피하다고 보고, 패닉 수준이 아닌 한 당분간 개입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외국인자금 유출이 가시화되고, 해외은행들이 국내 은행들을 상대로 크레딧라인 축소 및 단절, 차환거부 등 외환수급 자체에 차질이 오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 본격적인 비상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당국이 마련해놓고 있는 컨팅전시 플랜에는 ▦중앙은행의 보유외환을 은행권에 직접 공급하는 방안 ▦미국 일본 중국 아세안 등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한 국가의 중앙은행으로부터 원화를 담보로 외화를 도입하는 방안 ▦최악의 경우 한은이 직접 외환수급을 통제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들도 외환부족 사태에 대비해 달러도입을 늘리고 크레딧라인을 최대한 늘리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또 김 위원장 사망으로 내년 실물경제가 악화될 경우 추경예산편성 등 재정정책 방향을 보다 공격적으로 선회한다는 방침이다. 또 만에 하나 나타날 수 있는 생필품 사재기를 엄단하고, 필요물품을 최대한 방출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원유 등 원자재 수급 비상계획 점검에 들어갔다. 현재 원유는 1억4,600만배럴 가량이 비축돼 있고, 21일 분량의 비축등유 248만배럴은 당장이라도 방출이 가능한 상태다. 액화천연가스(LNG)는 재고량이 342만톤 가량이어서 내년 2월 말까지는 충분한 수준. 하지만 정부는 최악의 상황까지 감안해 원유 등 원자재비축규모를 늘려간다는 구상이다.
지경부 고위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각 분야별로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라며 "한국전력과 석유공사, 가스공사 등 에너지ㆍ자원분야 공기업들도 24시간 비상근무체제를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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