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발표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인은 중증 급성 심근경색. 국내 전문가들도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나 사망 당시 정황 등으로 볼 때 심근경색을 사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심근경색은 심장에 혈액이나 영양분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콜레스테롤과 지방산 등 기름성분이 뭉쳐 생긴 혈전(피떡) 때문에 갑자기 막혀 심장근육이 죽는 것이다. 일단 심근경색이 생기면 응급실로 실려오기 전 약 30%가, 응급실로 온 뒤에도 약 10%가 사망한다고 알려져 있다. 얼마나 빨리 막힌 혈관을 뚫느냐에 따라 환자의 생사가 갈린다.
조선중앙통신은 "발병 즉시 모든 구급치료대책을 세웠으나 서거했다"고 밝혔다.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정해억 교수는 "발병 장소가 열차 안이라 X선 영상을 보며 막힌 혈관을 뚫는 치료를 못했다면 북한 의료진이 김 위원장을 살려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90분 안에 막힌 혈관을 뚫지 못하면 심폐소생술만으론 소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설사 열차 안에 필요한 의료장비가 갖춰져 있었다 해도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큰 혈관이 막혔다면 살려내기 어려웠을 거란 추측도 있다.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김영인 교수는 "(관상동맥 중) 심장으로 들어가는 입구나 왼쪽으로 갈라지는 부위가 막히면 의료진도 방법이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김 위원장은 2008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건강 악화설이 끊이지 않았는데, 뇌졸중과 심근경색은 증상이 전혀 다르다. 정 교수는 "심근경색은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식은땀을 흘리고 흉통을 호소하는데 비해 뇌졸중은 혈압이 급격히 올라가면서 두통을 호소하다 의식을 잃는다"고 설명했다. 사망 당시 모습을 확인할 길은 없지만, 전문가들은 뇌졸중보다는 심근경색에 무게를 싣고 있다. 김 교수는 "뇌졸중은 계속 치료를 받아와 어느 정도 잡혔을 것이고, 재발한다 해도 갑자기 사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관상동맥이 갑자기 막히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과음이나 흡연, 비만,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이 대표적이며 유전적 요인도 크다. 1994년 84세로 사망한 김일성 주석도 동맥경화로 치료를 받던 중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해 숨졌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 교수는 "김 위원장은 과거 동맥질환 때문에 수술을 받은 데다 당뇨병, 복부비만, 만성신부전, 흡연 등으로 심장 기능이 크게 나빠져 있어 한번 문제가 생기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였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과로나 분노, 추위도 동맥경화의 주요 원인이다. 스트레스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혈관을 수축시키기 때문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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