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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엎친데 덮친 한국경제/ 금융시장 "이번 리스크는 예측 불가"…중장기 악재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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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엎친데 덮친 한국경제/ 금융시장 "이번 리스크는 예측 불가"…중장기 악재 가능성

입력
2011.12.19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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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북한 리스크에 대해선 우리 경제에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다는 게 정설이었다. 실제 크고 작은 북한 악재 때마다 우려와 달리 그 충격은 일시적이고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은 좀 달라 보인다. 경제 전문가들은 "향후 전개 방향을 예측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후계 구도가 미처 정착되기도 전에 김 위원장이 사망하면서 금융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극에 달한 것이다. 유럽 재정위기와 더불어 단시일 내 해소되기 힘든 중장기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커 보인다.

혼돈의 금융시장

19일 낮 12시1분.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발표하면서 가뜩이나 부진하던 금융시장은 패닉(공황)에 빠졌다. 코스피는 순식간에 90포인트 가까이 추락했고, 코스닥 또한 8% 넘는 폭락세를 보였다. 원ㆍ달러 환율도 30원 가까이 치솟았다.

점심 시간 시작과 동시에 김 위원장 사망이라는 충격적인 뉴스가 전해지면서 서울 여의도 증권 및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황급히 식사 자리를 뜨거나 아예 식사를 걸러야 했다. 시중은행 한 외환딜러는 "북한이 중대 발표를 한다는 소문에 샌드위치를 사 놓고 자리를 지키긴 했지만, 이 정도의 메가톤급 발표일 거라고는 짐작도 못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금융시장의 충격은 다소 완화됐다. 주말 벨기에 신용등급 강등과 프랑스 등급 전망 하향 조정 소식으로 이미 오전에 주가 1,800선이 붕괴된 것을 감안하면, 이날 주가 낙폭(코스피 63포인트)이나 환율 상승폭(16.2원)은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김동완 국제금융센터 상황정보실장은 "유럽 재정위기 악화에 김 위원장 사망 악재까지 터진 것을 감안하면 충격이 예상보다는 크지 않다"며 "하루 이틀 상황을 지켜보자는 관망 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중장기 대형 악재되나

문제는 김 위원장 사망의 후폭풍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후계자인 아들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가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면 그간의 다른 북한 리스크처럼 일시적 충격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북한 내부적인 준비가 있었을 테니 충격은 며칠 내로 가라앉을 것"(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이미 코리아 디스카운트에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기본으로 반영돼 있기 때문에 김 위원장 사망이 새 악재가 될 가능성은 제한적"(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등이다.

하지만 이렇게 단정하기엔 접근 가능한 정보가 너무 불충분하고, 예측 가능성도 현저히 떨어진다. 만약 권력승계 과정에서 이런 저런 잡음들이 노출된다면 그때마다 우리 경제에 충격이 전해질 수밖에 없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김 위원장의 사망 원인도 불투명하고 향후 후계 구도도 너무 불확실하다"며 "앞으로 흘러 나오는 정보 하나하나에 시장이 출렁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서정훈 외환은행 연구위원 역시 "이번 사건은 예측의 한계를 벗어나는 정치적인 요소"라고 평했다.

이런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면 우리 경제에 유럽 재정위기를 능가하는 대형 악재가 될 위험이 크다. 가뜩이나 유럽 재정위기가 향후 2~3년은 이어질 장기 악재라는 관측이 우세한 상황에서, 향후 북한 권력구도의 불확실성까지 더해질 경우 우리 경제의 취약성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이명활 금융연구원 국제ㆍ거시금융연구실장은 "북한 체제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빨라지면서 환율 불안, 주가 하락, 그리고 외화 자금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더구나 유럽 재정위기로 수출 타격이 불가피한 가운데 내수 부진, 물가 상승 등 큰 충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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