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사랑하는 자식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공부하라고 충고하는 데, 고마워해야 할 자식은 오히려 심통을 부리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 집집마다 전쟁이다. 얼마 전에는 공부를 더 열심히 하라는 엄마를 살해하는 폐륜까지 일어났다. 생각해보면 공부는 인생을 잘 살기 위함인 데, 그 공부 때문에 인생이 망가지고 있으니 무엇인가 크게 잘못되어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스스로 운전하는 교육 안 되는 현실
초행길 삶에서 행복하려면 진정 무엇이 필요한가.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선택을 잘 하기 위해서는 우선 삶과 세상을 잘 알아야 한다. 기존세계를 직접 체험을 통해 아는 것은 비효율적이기에 간접적으로 빠르게 습득하는 작업이 공부다. 공부를 제대로 할수록 인지기능과 판단력이 좋아지므로 인생의 중요한 시기마다 선택을 잘 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또 통찰력이 향상될수록 인생의 목표와 가야 할 길을 효율적으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어렸을 때는 부모가 가야 할 길을 정성껏 안내해주지만 나이가 들수록 본인이 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므로 이러한 능력들을 스스로 키워야 한다.
우리 사회가 행복한 삶을 위한 공부를 지금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 지를 살펴보자. 수능이란 대입전형은 세상에 대한 지식들을 얼마만큼 알고 활용할 수 있느냐를 평가하고 있다. 내신, 논술, 면접, 입학사정관 제도도 여러 가지 이유로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추세는 취업, 결혼전선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으며 급기야 출신대학, 외모, 가정환경도 한 몫을 하게 된다. 자동차, 교통기반시설, 운전자로 이루어진 운송모델로 현 평가체제를 비유하면, 안내판 등의 훌륭한 기반시설들을 활용할 수 있는 해독력과 주위 여건을 주로 평가하고 있어 첨단 장비를 갖춘 고급자동차 운전자일수록 높은 평가를 받는 구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평가 때문에 초등학생, 중고등학생들은 기존지식들을 빨리 익히기 위해서 주입식 교육을 주로 받게 된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취업을 위한 전공교육, 영어와 스펙 쌓기, 성형 등 외형적 하드웨어 구축에 치중한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성인이 될 때까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좀처럼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 채로 그때그때 해야 될 지엽적인 일에 온 힘을 쏟고 있다.
학교 우등생이 행복한 삶으로 연결되지 못 하는 이유는, 학생들이 기존의 지식들을 배우는 데에만 전념했을 뿐 인생을 손수 운전하는 데에 필요한 운전자 교육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예지만, 신형 고급차로 고속도로에서 졸음, 난폭 운전하는 것보다 중고차를 모범적으로 운전하는 사람이 약간 늦더라도 목적지에 안전하고 즐겁게 갈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주어진 자동차와 교통기반시설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가야 할 곳과 경로를 선택하는 결정적 주체가 운전자이므로, 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학년 말을 진로 탐색에 활용해야
인생에 대해 생각할 틈이 없으면, 학교 우등생도 자기 인생 운전은 졸면서 하는 셈이 된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 인생을 생각하고 설계하는 시간이 학생들에게 필요하다. 특히 초6, 중3, 고3의 학년말은 환경의 변화를 앞두고 삶의 진로를 탐색하는 데에 알맞은 시기다. 하루에 영화를 몇 편씩 보거나 흥미 위주의 이벤트 행사를 지양하고, 진로교육을 내실화하여 삶에 꼭 필요한 교육으로 자리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전국적으로 분위기 마련을 위해서 국가가 학년의 끝 달인 2월의 한 주를 진로교육의 주로 선포하는 것도 훌륭한 방안이라고 생각된다.
공부와 함께 삶을 위한 진로교육을 충실히 받아야, 행복한 삶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공부임을 깨닫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공부하라는 부모에게 감사함을 느끼게 되고, 힘들고 지겨운 공부지만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문권배 상명대 수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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