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뻘 되는 우리 선수들이 그저 귀엽게 느껴지지. 허허."
장갑진(87) 서울대 농구부 감독은 구순(九旬)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열정이 넘친다. 장 감독이 6ㆍ25전쟁으로 해체됐던 서울대 농구부를 1968년 직접 재창단해 사령탑을 맡은 지도 벌써 43년이 됐다. 아마추어 농구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최고령, 최장수 감독이다. 노익장이라는 표현으로는 설명이 부족할 정도다.
장 감독은 한국 농구계의 산 증인이다. 서울시 농구협회 부회장, 대한농구협회 전무이사, 농구인 동우회 회장 등 굵직한 직책을 맡아왔다. 그는 작고한 조동재 선생(아시아농구연맹 사무국장, 농구협회 부회장 역임)과 함께 의기투합해 서울대 농구부를 만들어 지금까지 이끌어왔다.
19일 안산 올림픽기념관 체육관에서 열린 2011 농구대잔치 세종대와의 경기에 앞서 만난 장 감독은 밝은 표정이었다. 장 감독은 농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대학교에 들어가 농구를 처음 접하고 단번에 반했다. 이후 지금까지 농구에 푹 빠져 살고 있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감독'이란 호칭에 대해 손사래를 쳤다. 그는 "감독이 아니라 그냥 학교에 봉사하는 것이다. 내가 가르치는 것은 별로 없다"고 겸손해했다. 이어 그는 "후진들을 양성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처음 가르쳤던 제자들이 벌써 환갑이 지났고, 어느덧 손자도 코칭스태프로 함께 있다. 단 한번도 힘든 적이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감독이 농구를 통해 제자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은 '스포츠맨십을 통한 올바른 인성교육'이다. 그는 "농구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맡은 위치에서 항상 최선을 다하는 스포츠맨십이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서울대 농구부는 순수 아마추어 선수로 구성돼 있어 성적이 그리 좋지 못하다. 대학 2부 리그에서도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그러다가 2000년대 들어 전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춘ㆍ추계 대학농구 연맹전에서 2회 연속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하기도 했다. 장 감독은 "성적은 중요하지 않다. 농구를 통해 올바른 가치관을 지닌 사람을 양성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그는 수 십 년간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뿌듯했던 때를 "이름도 잘 기억 안 나는 농구부 선후배들이 서로의 경조사를 빠트리지 않고 챙길 때"라고 말했다. 장 감독은 "그런 것을 보면 제자들을 제대로 가르쳤다는 보람을 느낀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대회 관계자가 장 감독을 "농구계의 보물 같은 분"이라고 치켜세우자 그는 "기왕이면 보물보다는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골동품이 되고 싶다"며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학교를 위해서 봉사하겠다"고 미소 지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는 서울대가 세종대를 62-37로 꺾고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장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안산=글·사진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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