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6시59분(현지시간)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이 '이행명령 1003 빅터, 모드9'를 승인함에 따라 9년에 걸친 이라크전이 공식 종료됐다. 2014년까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이 철수를 완료하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말처럼 전쟁의 파도가 완전히 물러가는 셈이다. 그러나 고국으로 돌아온 군인들의 미래는 밝지 않다.
아프가니스탄 복무 시절 월 2,500달러씩 벌었던 클레이턴 로덴(25) 상병은 현재 부모와 함께 살며 매주 자신의 혈장을 팔아 번 80달러로 생활한다. 전장에서는 헬리콥터를 타고 폭탄을 색출하는 베테랑 군인이었지만 지금은 구직 희망자일뿐이다. 뉴욕타임스는 18일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돌아온 퇴역군인들이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20~24세 재향군인의 실업률은 30%로 같은 연령대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오바마 정부는 퇴역군인의 뛰어난 관리 능력과 순발력을 거론하며 채용을 적극 권유해왔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그다지 탐나는 인재가 아니다. 사회 적응에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뿐 아니라 전쟁 후유증을 앓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력이라고는 전쟁 경험이 전부인 군 출신들 중에는 실제로 면접 시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 모르거나 사회 진출에 엄청난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NYT는 현재 22만명의 재향군인이 무직인 상황에서 향후 5년 간 약 100만명이 제대해 당분간 구직난이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퇴역군인들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도 싸워야 한다. PTSD는 전쟁, 고문 등의 경험으로 사건 후에도 공포감이 지속되는 증세를 말한다. 미 국방부는 최근 PTSD를 극복할 수 있는 약으로 알려진 D-사이클로세린(DCS) 개발을 위해 에모리대학, 서던캘리포니아대학, 코넬대학병원 등 3개 기관에 1,100만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DCS는 1960년대부터 쓰인 항생물질로 결핵 치료를 위해 개발됐지만 최근 노출치료(일부러 공포자극에 직면시켜 치료하는 방법) 전 복용하면 두려움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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