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에 미국 워싱턴은 긴박하고 신중하게 움직였다. 외교안보 라인이 거의 풀 가동되며 한반도에 김정일 사망이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했다. 백악관은 김정일 사망 발표 1시간만인 18일(현지시간) 밤 11시께 “김정일 사망 보도들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는 짤막한 성명을 발표했다. 일단 북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데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백악관은 또 북한 권력공백에 따른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동맹국 한국의 안전보장을 재확인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 일본과 긴밀히 접촉 중”이라며 “한반도의 안정과 동맹국들의 자유, 안보 공약을 확고히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밤 김정일 사망 관련 긴급 보고를 받았으나, 구체적인 지시사항은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정께 이명박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한미 안보공약 이행과 긴밀한 협조를 재확인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이날 밤 북한 상황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과 국무부, 국방부 등의 한반도 라인은 비상 대기하며 밤 늦도록 한반도 상황을 긴급 점검했다.
특히 국방부는 한국군이 비상경계태세를 강화함에 따라 주한미군에도 한미연합 방위태세를 확고히 하도록 지시했다. 국방부는 또 한반도 돌발상황에 대비해 북한군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군 활동을 한층 강화하는 한편, 북한군의 이상동향이 감지될 경우 항공모함 등의 한반도 해역 긴급 투입 등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는 19일 브리핑을 통해 미국의 1차 입장을 일부 밝힐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미국은 김정일 사망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공식 입장은 사실관계가 확인된 이후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도 북한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어 당분간 한국 등 동맹국과 협력을 강화하면서 북한 상황을 파악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의 공식 입장은 내용에 따라 이번 사태를 보는 미국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 당국자는 “전례에 비춰볼 때 공식입장은 아니라도 미국이 애도를 표할 경우 이는 북한의 연착륙을 원하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은“미국 국민을 대표해 애도를 표한다”고 밝혀 ‘조문 정국’에 휩싸인 한국 정부를 당황케 했다.
미 행정부가 신중한 모습인 것과 달리 하원 외교위원회 도널드 만줄로 아시아ㆍ태평양 소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김정일을 ‘악의 전형’으로 비판했다. 그는 “김정일은 철권통치로 주민에게 고통과 시련을 주었다”며 “그의 사망은 북한이 억압의 굴레에서 벗어나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기회”라고 말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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