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선 당시 BBK 의혹을 폭로한 김경준(45ㆍ수감 중)씨가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된 가짜 편지 작성자 신명(50)씨와 그의 친형 신경화(53ㆍ수감 중)씨를 최근 검찰에 고소하면서 이 사건의 배후 의혹이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명씨가 "편지 작성을 사주한 배후에 여권 실세는 물론 대통령 친인척이 개입돼 있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김씨는 "신명 형제가 가짜 편지를 만들어 공개하고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두 사람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김씨가 신씨 형제 고소 근거로 삼은 가짜 편지는 대선을 한 달여 앞둔 2007년 11월 작성됐다. 미국 구치소에 함께 수감됐다 국내 송환된 신경화씨가 미국에 있던 김씨에게 보냈다는 편지에는 '자네가 큰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니 신중하게 판단하길 바란다'는 내용이 있다. '큰집'이 청와대로 해석되면서 김씨가 당시 여권에서 모종의 대가를 약속받고 입국했을 것이라는 기획입국 의혹이 제기됐고, 당시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편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편지는 가짜라는 사실이 올해 초 드러났다. 신명씨가 "당시 형이 보냈다는 편지는 사실은 지인 Y씨의 지시를 받고 내가 작성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Y씨가 현 정권 실세와 대통령 친인척을 언급하며 편지 작성 대가로 수감 중인 친형의 감형이나 출소를 약속했다는 게 신씨의 주장이다. 신씨 주장에 따르면 가짜 편지 작성에 개입했거나 보고를 받은 거물급 인사는 적어도 4명 이상이다.
신씨는 18일 기자와 만나서도 "(이명박 대통령의 손윗동서로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 회장을 맡고 있는) 신기옥씨와 청와대에 오랫동안 근무했던 K씨가 편지 작성에 관여했고, 배후에는 정권 실세인 C씨와 L씨도 개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씨의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물증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아 배후 논란은 의혹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신씨는 배후 인물로 거론된 인사들을 알게 된 경위에 대해 "Y씨가 내 앞에서 신기옥씨를 비롯한 여러 인사와 수십 차례 통화하는 걸 봤으며, 누가 관여됐다는 이야기를 직접 전해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배후로 지목된 당사자들은 한결같이 "터무니없다"며 신씨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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