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앞으로 테러세력을 응징하기 위한 해외 파병을 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군을 동원한 테러와의 전쟁이 종료됐다는 분석과 함께 중동정책이 1991년 걸프전 이전의 불개입주의로 선회하고 있다는 관측을 낳는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이 최근 "걸프전 이후 중동에 대규모 군대를 계속 파견하는 정책이 종식됐다"고 말했다고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인터넷판이 16일 보도했다.
로즈는 이라크에서 철군한 미군이 쿠웨이트 등지에 재배치돼 중동 분쟁에 계속 개입할 것이란 10월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대해 "미군이 어느 지역에도 실질적인 규모로 재배치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2008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후보의 외교정책 연설문을 작성한 로즈는 지난달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 동행할 정도로 외교안보 정책에 깊이 개입하고 있다.
로즈는 중동주둔 미군의 감소에 대해 "외교정책의 비무장화라는 전략의 일환이자 대 테러 전술 접근법의 변화"라고 설명했다.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할 경우 중동에서 힘의 균형이 상실될 것이라는 공화당 주장과는 상반된 것이다. 로즈는 특히 "이라크와 함께 아프가니스탄의 전쟁종식은 테러 본거지인 외국에 대규모 병력을 파견하는 것이 불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테러와의 전쟁이 끝났음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 테러범이 미국에 오지 못하도록 군대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현실은 그 반대였다"며 "(오바마 행정부의) 중동정책은 90년 이전과 같은 노선에 놓여 있다"고 부연했다.
미국은 90년 8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 쿠웨이트를 침공하기 이전까지 친미국가를 지원하는 방식의 불개입 전략을 구사했다. 이 과정에서 반미의 이란과 친미의 이라크는 8년 동안 전쟁을 벌였다. 하지만 91년 1월 걸프전을 계기로 미국은 20년 동안 중동에 직접 개입해 전쟁을 치렀다. 오바마 행정부의 군사적 불개입주의는 최근 리비아와 시리아 문제에 군대를 동원하지 않는 것에서 확인된다.
NYT는 17일 로즈가 "상원의원 시절 오바마는 이라크 문제에 기초해 전체 외교정책을 개발했다"고 말한 사실을 전하며, 이라크가 정책변화의 출발점이라고 분석했다. NYT는 "오바마 행정부가 최근 아시아에 취한 일련의 외교ㆍ군사적 조치도 이 연장선에 있다"며 "아시아에서 위상회복을 강조하는 것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토머스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추진한 '이라크 이후 전략적 재균형'에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클린턴과 도닐런은 테러와의 전쟁으로 시간과 자원을 허비해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허용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조지 W 부시 및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 참여한 중동전문가 엘리엇 에이브럼스는 "파워를 적게 휘두르고, 유엔 등의 지지 없이 행동하지 않으며, 적대적 정권들을 관리하는 것"으로 오바마의 외교정책을 정리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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