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경찰청 김문홍(53) 총경. 그가 이끈 목포3009함은 작년 12월 26일 전남 신안군 만재도 남쪽에서 살을 에는 추위와 5미터 높이의 풍랑을 헤치고 바다에 빠진 페리호 승선원 15명 모두를 10분만에 구조해 영웅이 되었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 불리는 이 구조로 전국적 관심을 모으기 전부터 그는 불법조업하는 중국어선을 가장 많이 적발한 함장으로 유명했다. 이제는 동해를 지키고 있는 그에게 중국어선을 막는 비법이 있을까. 동해항에 정박중인 5000톤급 경비정 삼봉호에 있는 그의 집무실 응접탁자에는 보수우익인사의 칼럼집과 성공 행복 리더십을 다룬 책들이 가지런히 쌓여있고 벽에는 그의 활동을 알리는 사진이 즐비했다. 대화 내내 그는 자화자찬과 해경 홍보를 강조했다. 그의 이야기에서 자랑과 홍보를 들어냈더니 오히려 현장에 헌신한 이만 들려줄 수 있는 통찰력 있는 체험담이 생생했다. 들어보자.
_최근에 승진하셨지요?
"8일 인사에서 17명이 총경이 됐는데 함장 출신은 제가 유일합니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 경비안전과장을 맡아서 새해부터 다시 목포에서 근무하게 됐습니다."
_함장 출신이 승진하기 어려운가 보지요?
"제가 본청에서 대테러계장과 복지계장을 하고 2010년에 목포3009함장으로 가겠다니까 당시 청장님이 '목포 내려가면 총경 못 단다'고 말릴 정도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총경은 다섯 명 정도 될 때인데 지방에는 할당이 없고 본청 경비나 인사 총무 같은 고생한 자리에만 돌아갔습니다.(이해는 안되지만 말한대로 옮김.) 2008년에 목포에서 중국어민이 삽을 휘둘러 박경조 경위가 세상을 떠났지 않습니까. 제가 '총경 안 달아도 좋습니다. 제가 터득한 노하우를 직접 후배들에게 접목해서 가르쳐주고 앞장서겠습니다.' 그래서 중국 어선들이 제일 밀집하는 목포를 선택해서 갔습니다."
_어떻게 해경이 되었습니까?
"전남 조도가 고향입니다. 상조도 하조도가 있는데 상조도에서 태어났습니다. 옛날에는 목포에서 배타고 10시간 갔는데 지금은 진도에서 배타고 한시간쯤 갑니다. 아버님이 고등학교 2학년 때 돌아가셔서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컸습니다. 매일 30분씩 배를 타고 하조도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녔습니다. 고등학교는 목포에서 나와서 단기사병으로 제대를 했습니다. 제대 후 고향에서 톳양식을 했는데 태풍이 오는 바람에 완전히 손 털고 목포로 나왔습니다. 신문배달에 공사판 막노동도 하고 그릇 만드는 회사에서 그릇도 만들어보고 그러다가 내 삶의 터전은 오직 바다다 마음먹고 86년에 해양경찰 특채시험을 쳤습니다. 초임발령으로 목포 받고 제주갔다가 목포 (인천)본청 완도 목포 완도 다니면서 계속 승진시험에 붙어서 12년만에 경감을 달았습니다. 뒤늦게 대학공부도 해서 행정대학원까지 나왔습니다. 그런 다음 다시 목포에 근무를 하면서 '중국어선 킬러'로 알려지게 됐습니다."
_얼마나 많이 잡으셨는데요?
"제가 2006년에 300톤급 경비정인 목포 305함 함장으로 (불법어로 중국어선) 138척을 잡았고 작년에 3,000톤급인 목포 3009함 함장으로 45척을 잡았습니다. 작년 실적이 전국 1위였습니다."
_불법어로 중국어선을 단속하는 비결이 따로 있습니까?
"중국어선의 생리를 터득해야 합니다. 이들은 새벽부터 초저녁까지는 바짝 긴장을 합니다. 경비정이 오는가 사주팔주 경계를 많이 합니다. 그때는 조심을 해야 합니다. 줄 자르고 도망가고 검거가 안되기 위해서 노력을 할 거 아닙니까. 그래서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합니다. 저는 밤에만 단속을 합니다. 하루 종일 조업하고 고기 정리하니까 새벽 두시부터 다섯 시까지는 다 잠을 잡니다. 키를 잡고 운전하는 사람, 기본적인 사람만 깨있습니다. 그때 보트를 내려서 순식간에 단속을 합니다."
_빠르게 하는 비결이라도 있나요?
"저는 일단 함장을 맡으면 3개월 동안은 혹독하게 훈련을 시킵니다. 해양경찰이 알아야 할 모든 것, 화재예방훈련 소화방수훈련 대테러훈련 나포훈련을 제 눈높이가 될 때까지 계속 합니다. 밤중에 불을 켜고 가면 중국어선이 알아버리잖아요.그러니까 밤이면 불을 끄고 무등화 상태에서 단정(소형보트)을 내리고 올리는 훈련을 합니다. 처음에는 직원들이 놀라지요. 그러나 3개월을 훈련하면 나도 할 수 있다는 배짱이 생깁니다. 직원들이 잠자고 있으면 탁 벨을 눌러가지고 '총원비상 단정양하강' 그러면 자기도 모르게 일어나서 각종 도구를 갖추고 갈 준비를 합니? 어둠 속에서도 보트를 내려서 잡아올 생각을 합니다. 이건 기본입니다. 305함 함장 시절에는 배가 작기 때문에 중국어선들하고 같이 있어도 중국어선들이 모릅니다. 가만히 숨어서 그물 끌고 고기잡는 장면이나 레이더로 경제수역 들어온 것을 채증해 두었다가 중국어선들이 잠을 자면 살짝 보트 내려가지고 뒤로 올라탑니다. 이 모든 게 짧은 시간에 이뤄져야 합니다."
_작년 '크리스마스의 기적'도 이런 훈련의 결과군요.
"그렇지요. 그때는 파도가 너무 세니까 보트 내리는 걸 잠시 주저했습니다. 5미터 파도면 한방에 보트가 뒤집어지거든요. 도착해보니 배(페리)가 완전히 넘어갔는데 신체 건강한 아홉 사람은 줄 잡고 배 위에 올라가 있는데 여섯 사람은 물에 빠진 거예요. 물에 빠지면 1, 2분 차이로 저체온증이 와서 다 죽습니다. 그래서 직원들한테 그랬지요. '구조하다가 죽으면 장렬한 죽음이다, 내가 지킬 테니 나를 믿고 가라'. 보트는 떠나고 3009호 경비정은 파도를 막아서고 지키고 있었지만 나중에 들어보니까 큰 파도에 프로펠러쪽이 올라가면서 보트가 시동이 세 번이나 꺼졌답니다. 그런데 우리 직원들이 침착하게 다시 살려서 접근했던 거지요."
_중국어선을 단속할 때는 이 정도로 긴박하지는 않지요?
"문제는 갈수록 흉폭해지고 집단화하는 것입니다. 제가 작년에 목포에 있을 때 이미 배를 여러 척 묶어서 저항하는 연환계가 등장했고 배 주변을 철갑으로 감싸는 거북선 유형이 등장했습니다. 프로펠러 부분만 남겨두고 그물을 감는데 프로펠러 쪽으로 올라가다가 떨어지면 목숨을 잃습니다. 그래도 이번처럼 선원들이 다 잡힌 상태에서 선장이 흉기를 들고 덤비는 사례처럼 끔찍한 경우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배들의 분포도와 특징 어구를 파악해놓았다가 너무 떼로 몰려들어 다칠 위험이 있으면 단속보다는 조용히 몰아내기도 해야 합니다. 경광등 울리면서 나가라고 계속 종용하면 결국 조업을 포기하고 갑니다. 한번은 배에 올라가서 선원까지 다 제압을 했는데 선장이 조타실에 가서 옷 좀 갈아입고 온다더니 조그만 구멍 속으로 들어가더니 꼬집고 때려도 안 나옵니다. 불법 어획량도 많지 않길래 제 재량으로 보내준 적이 있습니다. 억지로 잡아올 수는 있겠지만 이렇게 저항하는 사람을 데리고 오다가 자살이라도 하면 외교적 문제가 되잖아요. 작년에 군산 앞바다에서 불법조업을 단속하는 3010호에 중국 어선이 다가와서 일부러 충돌한 사건이 있었어요. 중국인 선장이 죽었는데 분명히 중국 잘못인데도 중국 외교부는 그때도 우리측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얼마나 큰소리를 쳤습니까."
_그렇게 목숨을 걸면서 중국어선들은 우리 경제수역에서 불법어로를 해야 하나요?
"중국은 전세계에서 어민도 제일 많고 해안선도 제일 깁니다. 그런데 연안 어역에 물고기가 씨가 말랐습니다. 중국이 산업화를 하면서 생겨난 오염물질을 다 바다로 버리니까 바다가 완전히 망가져서 물고기들이 숨을 쉬고 살 수가 없어요. 물고기들이 전부 우리 서해쪽으로 넘어옵니다. 우리나라는 올해도 조기랑 삼치가 30년래 대풍이라잖아요. 중국은 요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육고기를 먹던 입맛이 해산물 쪽으로 바뀌고요. 그러니까 어민들이 기를 쓰고 우리 경제수역으로 넘어오는 겁니다."
_중국 어민들로서는 불가피하다?
"아니지요. 불법은 절대 저지르면 안됩니다. 이건 중국 정부의 지시가 밑으로 내려오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이기도 하고 중국 자체가 법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없어서 그런 겁니다. 중국이 살려면 불법어로를 감싸줄 것이 아니라 중국 스스로 불법어로를 단속해야 합니다. 지금 중국이 겪고 있는 일은 우리나라가 7~8년 전까지 겪던 일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우리나라 배들이 일본 해역에 들어가서 나포되는 일이 많지 않았습니까. 그게 바로 우리나라 해역은 오염이 되고 물고기 씨가 말랐는데 일본 해역은 어족이 풍부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고 2003, 2004년 '불법어로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우리나라부터 불법어로를 강력하게 단속하게 했습니다. 그때 제가 완도에 근무하면서 '고데구리'라고 불리는 소형기선저인망을 90여척을 잡았습니다. 그물을 촘촘하게 해서 바닷속 어린 물고기까지 완전히 쓸어가는 겁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때 불법어로를 단속하면서 어민들이 키우는 어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도와주고 바닷속에는 인공어초를 넣었습니다. 저인망으로 끌어가도 물고기들이 피신을 할 수 있거든요. 이렇게 해서 어족이 살아나니까 지금 우리나라 어민들은 물고기 잡으려고 불법어로를 떠나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_당시에는 우리나라 어민들의 불평도 많았을텐데요.
"그랬지요. 저희도 욕 많이 먹었고 대통령한테도 우리가 뽑아줬더니 그럴 수가 있느냐, 그런 말들 많이 했지요. 지금 그 분들은 양식업으로 전환해서 다 먹고 살만합니다."
_중국이 바뀌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중국 어민들은 한국 해경은 무서워하지 않아도 중국 공안은 무서워한답니다. 박경조 경위가 죽었을 때도 사람들이 목포로 많이 와서 애도를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가해자만 7년 실형 받고 배하고 어구는 다 돌려보내지 않았습니까. 중국어선에 손해를 보더라도 교역으로 중국으로부터 이익을 볼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 안됩니다. 우리 정부가 중국은 더 이상 불법을 저지르지 말라고 당당하게 말해줘야 합니다. 그게 중국도 살리는 길입니다."
_지금은 독도를 지키는 일을 하는데 일본하고는 어떻습니까?
"일본은 정말 집요합니다. 요즘도 일본순시선은 3, 4일 간격으로 나타납니다. 독도 주변 접속수역(12~24마일)까지 들어와서 삥 돕니다. 풍랑주의보가 내려서 위험해도 300톤밖에 안되는 것들이 계속 돌아요. 해양분쟁이 붙었을 때 국제사법재판소 가서 '우리는 풍랑이 있어도 우리땅을 지키기 위해 돌았다' 이러려는 것이지요. 독도를 포기하면 울릉도까지 자기네 땅이라 그럴 겁니다. 그래도 우리 배가 나타나 따라 돌면 12마일 선상에 딱 붙어 돌지 않고 멀리서 돕니다. 그러니까 해경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_우리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면?
"해경 경비함 한 척이 경기도의 3.5배보다 더 큰 면적을 관리합니다. 경비정 290여척 가운데 1,000톤 이상 배는 29척밖에 없습니다. 5,000톤 이상 배는 이 배 한 척 뿐인데 이런 배가 여섯 척은 되어서 곳곳을 지켜준다면 좋겠습니다."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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