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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2011] (6) 영화 - 독립영화 스타 감독 3인이 돌아보는 한국영화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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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2011] (6) 영화 - 독립영화 스타 감독 3인이 돌아보는 한국영화계

입력
2011.12.1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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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수레만 요란했다. '고지전'과 '퀵', '7광구' 등 100억원대 영화가 연달아 선보였지만 흥행 참패를 했다. '고지전'이 여러 영화상의 최우수작품상을 휩쓸었지만 대체로 수작 흉년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희망의 북소리는 충무로 변방에서 들렸다. '혜화, 동'과 '무산일기', '파수꾼', '돼지의 왕' 등 수작 독립영화들이 연이어 관객을 즐겁게 했다. 주류보단 비주류가 더 선전한 해, 그래서 섣부른 비관보다 조심스럽게 미래에 대한 장밋빛 기대를 갖게 한 해다.

올해 독립영화계 스타 민용근('혜화, 동'), 박정범('무산일기'), 연상호('돼지의 왕) 감독과의 좌담을 통해 2011년 한국영화계를 돌아보고, 충무로가 지닌 고질병이 무엇인지 되짚어봤다.

-올해 인상적인 한국영화를 꼽아달라.

민용근=김태용 감독의 '만추'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봤는데 개봉하고 다시 봤다. 볼 때마다 곱씹을 수 있는 정서만으로도 여운이 오래 가는 영화다.

박정범=장률 감독의 '두만강'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만추'도 인상적이었다.

연상호='고지전'? '고지전'의 장훈 감독에게 '단장의 능선'이라는 단편 애니메이션을 보여줬더니 너무 좋다고 했다. '고지전'을 보니 거기 나온 장면들이 재현돼 있었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충무로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연상호=민 감독과 박 감독의 작품은 상업영화 성격이 짙다. 이런 영화들을 독립영화 방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지금 시스템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박정범=다양한 (투자)채널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자본에 끌려간다. 관객의 기호도 단순하게 길들여지고 있다. 지금은 (대기업 계열의) 몇 개 대형 투자배급사가 독과점하고 있다. 시장이 변하려면 중소기업이 많아지고 다양한 수요가 늘어야 한다. 그래야 관객의 눈이 높아진다. 독립영화 감독이 상업영화를 하는 쪽으로 기회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민용근=어딜 가도 획일적인 요즘 건물들을 보면 한국영화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개성이 없고 규모로 밀고 나가는 느낌이다. 작은 개성의 장점들이 쓸려나가고 있다. 대형 투자배급사들이 자꾸 영화 내용을 수치로 만들어 데이터화 한다고 한다. 코미디다. 작품은 상품이 아니고 들쭉날쭉한 게 장점이 될 수 있다. 평균적인 데이터를 통해 공산품을 만들어내겠다는 마인드다. 이걸 자랑 삼아 얘기하는 투자배급사도 있다.

-한국형 여름 블록버스터들이 잇달아 흥행에 실패했다. 어떤 생각이 드나.

박정범=작은 영화든 큰 영화든 투자나 제작 과정에서 제대로 검증을 거치는지 의문이다. 대작들 중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가 있었다.

민용근=영화가 커질수록 개성을 잃어가는 것 같다. 중급이나 저예산 영화일수록 개성 있는 컨셉트나 스타일, 이야기, 캐릭터가 요구된다. 규모가 작으면 이야기가 탄탄해진다. 그런 미덕들이 제작비가 많아지면서 예산에 묻혀 버린다. 좋았던 대작도 있고, 실망한 것도 있지만 대체로 영화들이 뭉툭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대작이 늘고 저예산영화도 느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 뚜렷해지고 있다.

민용근=영화계 동료 선후배들을 만나면 다들 아르바이트 얘기를 한다. 영화만 해선 먹고 살 수 없다 보니 영화 작업에 투여할 시간이 모자란다. 대작 영화 제작비의 미미한 부분만 쓰여도 많은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따로 일해야 하는 현실이 오지 않을 것 같다.

연상호=멀티플렉스가 늘었지만 그 많은 스크린에서 한 영화만 상영한다. 한국에선 100억원, 200억원이 큰 돈이지만 외국에서 블록버스터로 팔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돈을 뽑아야 하니 작은 영화를 죽이고 멀티플렉스에 그들 영화를 다 깐다. 대형 투자배급사로선 안전하게 돈을 버는 방법이겠지만 그러려면 왜 굳이 영화를 할까. 다른 사업으로 돈 벌지…. 15만에서 20만명 정도 규모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박정범=영화 스태프들이 받는 돈을 알면 대중들이 깜짝 놀랄 것이다. 노동에 대해 합당한 대가가 돌아가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경제적인 이유로 영화를 포기하는 사람이 줄었으면 좋겠다.

-'트랜스포머3'로 스크린 싹쓸이 문제가 또 불거졌지만 유야무야 지나갔다.

박정범=그런 대작이 개봉하면 미리 알려줬으면 좋겠다. 그때 영화 안 만들게. 어디 가서 '노가다'라도 하게 말이다. 정?말도 안 되는 현실이다.

연상호=차라리 1만명 들어가는 블록버스터관을 따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축구 보듯이 영화를 볼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성수기에만 운영해도 괜찮을 것 같다.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의 흥행 성공은 올해 충무로의 성과 중 하나다.

연상호=축하할 일이지만, 여전히 한국 애니메이션의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암탉'은 상업영화로서는 적정한 제작비가 들었는데, 요즘 대형 투자배급사들이 진행하는 애니메이션의 제작비가 100억원에서 300억원 사이다. 해외 진출용이라는데 미국에선 100억원이든 1억원짜리든 다 저예산 애니메이션이다. 개봉해서 박살이 나봐야 정신을 차릴 것이다.

-올해 한국영화계 최고의 뉴스를 무엇일까.

박정범=김기덕 감독의 '아리랑'과 그가 제작한 '풍산개'가 잘 돼 기분이 좋았다.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달력만 바뀌었지 지난해와 똑 같은 한 해였다.

연상호=한국 애니메이션이 장편만 무려 7편 개봉했다. 3, 4년에 한 편 꼴로 개봉한 것에 비하면 일종의 사건이다. 그 덕에 내년에 저예산장편 애니메이션 지원제도가 생긴다고 한다.

민용근=독립영화와 예술영화의 영역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는 점을 의미 있게 생각한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 방식도 달라지는 것 같다. 다양한 영화를 사람들이 찾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사하기도 하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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