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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묻지 말아야 할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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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묻지 말아야 할 질문들

입력
2011.12.1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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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40대 후반에서 60세 전후까지, 그러니까 다 큰 자녀를 둔 연배의 사람들에게 묻지 말아야 할 질문 세가지가 있다.

첫 번째 "애 대학은 갔나요? 어느 대학에 갔나요?"이다. 세 가지 금기질문 중에서도 대학 입시철인 이 맘 때 절대로 해선 안될 물음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에서 대학진학이 어디 보통 일 인가. 오직 대입 하나만을 향해 학생도 부모도 짧게는 고등학교 3년, 길게는 초등학교 때부터 10년을 '올인'을 해오지 않았던가. 명문대에 입학했다면 힘들었던 과거도 값진 추억으로 기억되겠지만, 대입에 실패했다면 지난 세월이 오죽이나 서러울까. 때문에 대입 희비가 엇갈리는 지금 같은 시기에 자녀의 입시결과를 묻는 건 큰 결례가 될 수도 있다.

대입 취업 그리고 결혼

"애 취직은 했나요? 어디 들어갔나요?" 묻지 말아야 할 두 번째 질문이다.

대학문턱보다 더 높은 게 취업문턱이다. 명문대만큼이나 비좁은 게 대기업 취업문이다. 남들은 '눈높이를 낮춰라'고 말하지만 하향지원에도 한계는 있다. 설령 취직을 해도 '알바'에 가까운 비정규직이 태반이다.

어쩌면 당사자에겐 대입실패보다 취업실패가 더 비참할 수 있다. 대학입학은 미성년자이니까 실패해도 위로를 받지만, 대학까지 졸업했는데도 직장을 잡지 못하면 돌아오는 건 눈총뿐. 부모 입장에서도 누가 자녀 근황을 물을 때 "취직 못해 놀고 있다"보다는 "재수하고 있다"고 답하는 게 훨씬 맘 편할 것이다. 그러므로 요즘 같은 때엔 자녀의 취업여부는 아예 묻지 않는 게 예의다.

물어선 안될 세 번째 질문은 "애 결혼은 했나요?"이다.

우리나라에서 부모의 책임은 자녀가 결혼을 해야 비로소 종료된다. 대입과 취업을 무사히 넘겼어도 자녀가 가정을 꾸리기 전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그런데 요즘은 결혼 적령기를 넘긴 자녀가 너무 많다. 다른 집은 결혼해서 애까지 낳았는데, 아직도 집에 있는 다 큰 아들 딸을 봐야 하는 부모의 심정이란! 과년한 미혼 자녀를 둔 사람에게 속도 모르고 "애가 다 컸을 텐데 결혼은 어떻게 됐나요"고 묻는 건 정말로 실례 중의 실례다.

대입 취업 결혼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다. 물론 고졸신화나 창업기적을 만든 영웅도 있고 성공적 삶을 살아가는 '우아한 솔로'도 있지만, 보통의 경우라면 성인이 되면서 세 관문을 반드시 거치게 된다.

하지만 지금 모든 게 크게 뒤틀어져 있다. 일단 대학 들어가기가 힘들고, 들어가도 비싼 등록금 때문에 다니기가 힘들고, 힘겹게 졸업을 해도 취직하기가 힘들고, 우여곡절 끝에 일자리를 구해도 취업 자체가 늦어지다 보니 결혼도 점점 미뤄지고….

그렇다고 이게 끝이 아니다. 늦게 결혼하니까 결과적으로 아이를 덜 낳게 된다.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이라면 늦둥이라도 얼마든지 낳겠지만, 대입부터 취업 결혼까지 자신들이 겪어왔던 고단한 삶이 대물림되는 게 두려워서라도 더 이상 출산은 포기하게 된다. 노동인구 감소, 잠재성장률 저하, 국가재정 악화 등 한국경제 만병의 근원인 저출산 문제도 결국은 대입→취업→결혼의 악순환에서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

좌파 20대? 아픈 20대!

이러고도 청년기를 아름답다고 할 수 있을 까. 아프지 않은 청춘은 불가능한 걸까. 한국의 20~30대는 좌파가 아니라 아플 뿐이다. 대입 취업 결혼을 거치면서 지칠 대로 지쳤고 그런데도 기성 체제에선 도저히 미래가 보이지 않으니까,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뭔가 달라 보이는, 희망을 얘기하는 안철수 쪽으로 고개를 돌리게 된 거다. 대학가기 위해 전쟁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면, 대학을 가든 못 가든 먹고 살만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면,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 하고 아이도 많이 나을 수 있는 세상이 된다면, 안철수 신드롬 같은 건 생겨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성철 산업부장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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