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행성과의 충돌 혹은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보다 지구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는 쓰레기와 공해를 끊임없이 배출하는 인간이다. 그러나 푸른 별 지구는 사람들이 있어 더 아름답다. 헬리콥터를 타고 30m~3,000m의 상공을 오르내리며 지구의 초상을 기록해온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65)의 작품들은 이 같은 역설을 여실히 보여준다.
'신의 눈'으로 불리는 프랑스 항공사진작가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의 특별전 '하늘에서 본 지구_It's my Home'이 15일 서울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막했다. 20여년간 150여개국에서 촬영한 항공 사진과 동물 사진 등 220여점을 추려 선보인다. 2004년부터 4년간 DMZ에서 독도까지 한반도 남단을 촬영한 사진 30여점도 전시됐다.
"하늘에서 지구를 촬영하면서 인간이 지구에 미친 영향을 알 수 있었죠. 제가 태어날 때만 해도 전세계 인구가 20억명이었는데, 지금은 무려 3배 증가한 70억명이 됐거든요. 이로 인해 과학자들은 하나같이 생물 다양성 문제나 기후 변화 등의 환경문제를 걱정합니다. 이런 문제들이 제 삶을 변화시켰지요."
16일 만난 아르튀스 베르트랑은 단순히 예술을 하는 사진작가를 넘어 환경운동가이자 문화인류학자에 가까웠다. 그는 에이즈나 태풍, 사막의 확산 등으로 몸살을 앓는 지역을 가장 먼저 촬영했고, 2005년에는 비영리 환경예술재단 굿플래닛을 설립하기도 했다.
그는 "기후 변화가 닥쳤을 때 가장 큰 피해자는 전세계 20억명에 달하는 소규모 농업 종사자들"이라면서 "이들과 인간적으로 알게 되면서 단지 예술가로 사는 것보다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영화배우였던 그는 사자에 관한 연구 논문을 쓰던 부인과 함께 케냐로 가면서 인생의 항로가 바뀌었다. 3년간 사자의 생태를 촬영하며 사진작가로 전향했고, 생계를 위해 열기구 조종 파일럿을 하면서 바라본 지구에 반해 항공사진을 찍게 됐다. "내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은 '하늘에서 본 지구'를 촬영한 것이죠. 생각보다 지구는 너무 아름다웠어요."
그 아름다운 지구가 앓고 있다. 에메랄드 빛 바다를 껴안은 섬 몰디브는 온난화로 수면이 높아져 점점 가라앉고 있고 1만1,000년 이상 버텨온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 녹아 내리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머잖아 마주할 지구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일 것이다. 그가 위도와 경도를 명시해 촬영 지점을 공개하는 것도 훗날 그곳의 변화를 기록하기 위함이다.
"항공 촬영은 복잡하고 어려워요. 해당 국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 기후도 좋아야 하고 헬리콥터를 띄우려면 돈도 많이 들죠. 사람들의 인식도 중요해요. 인도정부는 제 영화 필름을 50%나 압수했고, 한반도의 절반인 북한에는 아직 못 갔지요. 그래도 이 일을 계속할 겁니다. 아름다운 지구를 찍으면서 선물 받는다는 이 느낌을 공유하고 싶고 지구를 지키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싶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구의 문명 환경 평화 등의 이슈를 공유하기 위해 뤽 베송 감독과 공동제작한 영화 'HOME'(2009)도 상영된다. 저작권을 없애 유튜브에서도 볼 수 있지만 전시에선 한국어 자막이 서비스 된다. 내년 3월 15일까지. (02)2124-880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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