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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 중의 갑' LH의 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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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 중의 갑' LH의 횡포

입력
2011.12.18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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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감독관의 설계변경 지시로 수억원씩 공사비를 더 썼던 중소 시공업체들이 LH가 완공 뒤 설계변경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뒤 공사비 지급을 거부해도 변변히 항의조차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LH가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남용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18일 공정위에 따르면 LH는 2007년 9월부터 2009년 6월까지 전국 89개 공구에서 자사와 도급계약을 맺고 아파트를 시공 중이던 한신공영, 신동아건설 등 51개 시공업체에 아파트 바닥완충재를 두께 20㎜ 짜리 '경량충격음'용 자재에서 30㎜ 짜리 '중량충격음'용으로 설계 변경해 시공하라고 지시했다. 아파트의 층간 소음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 바닥완충재는 두터울수록 효과가 좋으며 경량보다 중량이 2~3배 비싸다.

이에 따라 시공업체들은 건설공구별로 평균 1억~3억원을 추가로 들여 바닥완충재를 설계변경해 시공했다. 하지만 LH는 공사가 끝난 뒤, 내부 감사실 의견 등을 이유로 기존 설계변경 지시를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2009년 8월부터 지금까지 해당 시공업체들에게 추가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또 이미 추가 공사비를 지급했던 업체들에게는 공사비 반환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중 2개 업체는 1억2,000여만원을 반납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가 밝힌 피해규모는 추가공사비 지급거부가 73개 공구 43개사에 129억원, 지급공사비 반환요구가 16개 공구 13개사에 37억원 등이다. 공정위는 "남양건설 등 다수 시공업체가 못받은 공사비는 업체별로 10억~14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피해업체들은 지금껏 별다른 항의조차 하지 못했다. 김성환 공정위 서울사무소 총괄과장은 "피해업체 대다수가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건설사지만 '슈퍼 갑'인 LH로부터 계속해서 공사를 수주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부당함을 항의하기 극히 어려운 입장"이라며 "실제 이번 공사대금과 관련한 소송을 낸 업체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최근 전원회의를 열고 "LH의 거래상지위남용행위가 인정된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LH가 시공업체 전원에게 법위반 사실을 서면 통지할 것을 통보했다.

LH는 이에 대해 "처음부터 바닥완충재는 경량ㆍ중량 모두를 만족시키는 기준이 적용돼 중간 설계변경이 필요 없었던 사안인데 일부 현장감독관의 착오로 추가 공사비가 들게 됐다"며 "원칙을 어긴 설계변경을 인정하면 그만큼 공사원가가 오르고 입주민 부담으로 이어져 어쩔 수 없이 설계변경을 취소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LH는 그러나 "LH의 잘못으로 업체에 피해가 가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면서도 업체들에 공사비를 추가 지급할지, 공정위 조치에 이의를 제기할 지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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