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임수다." "현실은 다르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16일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 대응이 일정표 상 2단계인 냉온정지 상태에 이르렀고, 사고 자체도 사실상 수습됐다고 선언한 데 대해 관련 전문가들이 쏟아낸 반응이다. 평소 정부와 도쿄전력에 가까웠던 일본 언론들조차 노다 총리의 원전 사고 수습 발언에 대해 비난 기사를 쏟아내며 등을 돌리고 있다.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냉온정지
노다 총리는 냉온정지의 근거로 후쿠시마 제1원전 원자로 1~3호기 압력용기 내부 바닥의 온도가 9월 이후 3개월간 섭씨 100도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원전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경우 섭씨 수천도에 달하는 원자로 내부 온도가 이 만큼 떨어진 이상 최악의 경우 문제가 생겨도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노다 총리와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東京)전력의 견해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냉온정지에 대한 정의는 원자로 압력용기 내 온도를 정확하게 계측할 수 있고, 방사성 물질의 방출을 통제할 수 있는 상태를 일컫는다. 반면 도쿄전력은 압력용기 내 온도를 외부 상황을 통한 데이터에 의존해 파악한 것일 뿐, 원자로 내부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다.
사고 수습단계라는 표현도 성급하기 짝이 없다. 이달 초 사고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고농도 오염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누수가 발생,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금도 오염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보관 시설이 모자라 이중 일부를 또 다시 바다로 버려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 관계자는 "이것이 일본 정부가 목표로 내세운 새로운 방사성 물질의 방출을 억제한 상태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노다정권의 노림수는 원전수출
노다 총리의 사고 수습 발언 이면에는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노력을 인정받기 위한 의도가 숨어있다. 당초 도쿄전력이 제시한 원전사고 수습 일정에는 다음달에 2단계인 냉온정지를 달성하는 것으로 돼있다. 하지만 노다 총리는 최근 각종 정상회담에서 원전사고 수습을 예정보다 한달 앞서 연내에 마무리 짓겠다고 공언하고 다녔다. 17, 18일 한일 정상회담에 이어 25, 26일 중국 방문, 28, 29일 인도 방문 등 잇따른 정상회담이 준비돼있다. 각 정상들과의 약속을 지킴으로써 원전으로 실추된 신뢰를 되찾겠다는 의도이다.
신뢰회복의 바탕에는 해외에 보다 많은 원전을 수출하겠다는 노림수가 있다. 일본은 원전 사고 후 일본 내 새로운 원전건설은 유보한 상태지만, 요르단 베트남 터키 리투아니아 등에서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를 국가에 사고수습에 대한 노하우를 가진 나라라는 인식을 갖게 함으로써 각국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최악의 경우 100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올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현재까지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공식 사망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으니 앞으로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나올 지 생각만 해도 몸서리쳐지는 상황이다. 희생자 측면에서 본다면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수습단계가 아니라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일본은 깨달아야 한다.
한창만 도쿄 특파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