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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데스밸리를 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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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데스밸리를 건너

입력
2011.12.1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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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동북부에 위치한 데스밸리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가장 메마르고, 가장 뜨거운 곳이다. 대표적인 자연의 장관이자 무시무시한 죽음의 계곡이다. 대학과 기업 사이에 바로 이러한 데스밸리가 가로막고 있어, 대학에서 개발한 수많은 연구와 기술들이 상용화의 길을 가지 못하고 죽어간다. 어떻게 이 죽음의 계곡을 가로질러 대학과 기업간의 산학협력이 성공할 수 있을까?

최근 남유럽 재정불안 등으로 초래된 글로벌 경제위기로 우리나라 경제환경도 급변하며 우선 내년도 경제 전망이 어둡다. 하지만 위기가 깊어질수록 우리는 '불황장기화'와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한다. 대학은 미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미래선도기술에 기반한 기술ㆍ창업 생태계 조성 등 바람직한 산학협력의 모델을 정착시켜야 한다. 즉 대학은 기업을 이해ㆍ선도하는 산학협력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신기술 사업화에 기반을 둔 대기업-벤처-대학 생태계 조성을 통해 사회의 지속가능ㆍ상생 발전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기술창업을 지원하는 환경의 구축이 미비한 실정이다. 금융권의 기술사업화 투자와 관련된 인프라는 크게 부족하고, 기업의 신기술 전략은 M&A 등 성공벤처의 출구전략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특히 대기업의 산학협력은 신기술 공동개발보다는 산학장학생 운영을 통한 우수 인력 확보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정부의 산학협력 프로그램도 대부분 현장ㆍ기능 인력양성 위주로 추진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도 대학의 성과 보안 및 지재권 보호에 대한 불감증과 산학협력 결과물의 경쟁사 유출을 염려하는 기업 문화 등 기업과 대학의 불신의 골은 매우 깊다.

현 산학협력의 고착화된 문제점을 극복하려면 새로운 산학협력의 성공모형의 구축과 확산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우선 대기업의 산학협력 프로그램은 주로 우수인력확보에 편중되어 있다. 이를 탈피해서 대학 사업화기술의 역량을 강화하고, 대기업과의 전략적 R&D 협력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기업과 기술사업화 초기 단계에서 R&D기반의 전략적 협력과 투자 확대를 통해 금융 부족 등 초기 어려움을 잘 극복해야한다.

대학은 기업수요기술 발굴을 위한 전문인력의 확충, 지재권 관리의 강화 등 대학 주도의 기업과의 새로운 연계모델을 정립하고, 산학협력의 코디네이터로서의 역할을 자리매김해야 한다. 기업은 사업화와 관련된 초기 투자와 시장창출을 위한 마케팅을 담당하는 한편 벤처생태계 조성형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추진해서 성공벤처의 출구전략 마련에 힘써야 한다.

정부는 산학협력정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고 사업화와 관련된 통합지원 플랫폼 구축에 노력해야 한다. 대기업 위주의 산업보다는 고급혁신인력과 R&D 혁신 관점에서 기술사업화ㆍ창업 생태계 조성을 통해 지속가능ㆍ상생 발전의 토대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지적재산권과 관련해 대학 소유권을 강화하는 등 대학주도 산학협력 및 대기업ㆍ벤처기업 연계모델 구축을 지원해야 한다.

대학의 주 역할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다. 대학, 기업, 정부 모두가 나서 데스밸리 위로 '산학의 다리'를 놓는 데 적극 동참해야 한다. 이 다리를 넘어 대학의 기술 사업화와 창업이 활성화되고 대학과 기업의 성공적인 산학협력 모델이 구현된다면 '벤처르네상스의 시대'가 다시 도래하지 않을까.

김승환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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