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郎) 일본 외무성 장관이 17일 한일 정상회담 만찬에 앞서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만나 “다케시마(竹島ㆍ독도의 일본식 명칭)에 한국 국회의원이 오고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항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이날 이명박 대통령과정상회담을 마친 후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겐바 장관이 한국측 외교 담당자에게 독도는 일본 고유영토이며 현재 진행중인 독도의 대형부두 겸용 방파제 건설 구상에 대해 항의했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달 25일 독도에 5,000톤급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방파제와 관광시설 등을 건설하는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실시 설계를 발주했다. 이에 일본 외무성은 주한 일본대사관을 통해 계획 중지를 요구하고 있다.
천 수석은 겐바 장관에 대꾸할 경우 양국간 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이에 대한 언급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상회담 기간 중 일본 정부 고위급 인사가 공식 의제가 아닌 문제에 대해 항의하는 것은 이례적일 뿐 아니라 외교적 결례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발언의 진의에 관심이 모아진다.
일본 외교가에서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주한 일본 대사관 앞 수요집회 1,000회를 맞아 평화비가 세워지고, 미국은 물론 일본 내에서조차 위안부 문제를 비난하는 시위가 이어지는 등 곤혹스런 정황이 이어지자 일본 정부가 선제적 공세를 취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일본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모든 것이 해결됐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노다 총리와의 회담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적극적 해결 촉구를 공식의제로 삼자 독도 문제를 미리 제기함으로써 희석시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주일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겐바 장관이 독도 문제와 관련, 한국이 일본과 어떠한 논의도 하지 않는다는 기본입장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독도 문제를 언급한 것은 위안부 문제 역시 일본으로서는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정상회담에서 의제로 다뤄지지 않는 독도 문제를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언급한 것을 두고 보수우익 세력을 염두에 둔 국내 정치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노다 총리가 기자 간담회에서 독도 문제가 명확하게 다뤄지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겐바 장관과)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고 해명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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