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가계대출인 자영업자 대출이 올 들어 100조원을 넘어섰다. 내수 침체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불황의 타격을 맨 먼저 입는 분야가 자영업이란 점에서 자영업 부문 대출이 향후 가계부채 폭탄의 뇌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과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우리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지난달 말 기준 102조8,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 대출잔액(92조8,000억원)보다 10조원이나 증가한 수치다. 자영업자 대출이 한 해 10조원이나 확대된 건 사상 처음으로 작년 증가액(4조1,000억원)의 2배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이는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 은퇴자들의 생계형 창업과 은행들의 과당 경쟁이 맞물려 빚어진 결과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40, 50대가 자영업 전선에 뛰어들면서 2005년 이후 감소하던 자영업자 수가 올 들어 증가세로 돌아서자, 주택담보대출의 길이 막힌 은행들이 이에 편승 신상품 출시와 대출보증 확대 등을 통해 자영업자 대출을 크게 늘린 것이다.
자영업자 대출은 명목상 중소기업 대출로 분류되지만 실제론 가계대출에 가깝다. 부채 상환의 책임을 법인이 지는 기업 대출과 달리 자영업자 대출의 경우 책임이 창업자 개인에게 있기 때문에 빚을 내 자영업을 벌이다 실패하면 그 빚을 창업자 가계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 10월 말 현재 898조2,000억원에 달하는 가계대출에 자영업자 대출을 합치면 사실상 가계부채는 이미 1,000조원을 넘어선 셈이다.
게다가 벌써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하나은행의 올해 3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1.08%)은 가계대출 연체율(0.45%)의 2배를 초과했다. 다른 은행들의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역시 올 2분기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백화점과 대형상점 매출이 전년보다 각각 0.5%씩 감소하는 등 내수 침체가 이미 시작된 분위기다. 더욱이 내년엔 글로벌 경기 둔화의 여파와 가계빚 부담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경기 침체가 더 심각해지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내수 침체가 본격화할 경우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율 급등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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