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최저 판매가격 24만원짜리 노트북을 온라인 10원 경매에서 3만원에 낙찰 받았다면 누가 가장 이익을 본 것일까. 정답은 낙찰자가 아닌 경매사이트 운영회사다. 입찰권 장사로 물건 값에 크게 웃도는 이익을 챙기기 때문이다. 10원 경매는 입찰 시작가(10원)에서 10원씩만 올릴 수 있어 낙찰가가 3만원에 이르면 업체는 입찰권 3,000장을 팔게 된다. 1장에 500원씩, 150만원을 자동으로 벌어들이는 것이다.
낙찰 받은 소비자의 이익도 생각보다 크지 않다. 24만원짜리를 3만원에 낙찰 받았다면 소비자는 21만원 절약한 셈이지만 낙찰에 성공하기까지 사용하는 입찰비로 이익은 크게 줄어든다. 최근 3만1,840원에 노트북을 낙찰 받은 A씨의 경우 경매가 종료되는 새벽까지 모두 300회 가까이 입찰에 참가해 입찰비로만 15만원을 썼다. 배보다 배꼽이 큰 셈이다.
더욱이 경매에서 탈락한 24명은 1인당 평균 120회씩 응찰해 평균 6만원을 업체에 지불했다. 6만원을 그냥 버리지 않으려면 인터넷 최저가격보다 15만원이나 비싼 정상가격(39만원)에 구입해야 한다. 이런 불공정행위가 버젓이 성행하는 것은 철저히 업체의 이익만을 위한 약관에서 비롯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9일 온라인 10원 경매회사인 럭키타임, 제로옥션, 예스베이, 세븐옥션, 쇼베이, 럭싱, 타이니옥션 등 7곳에 약관 시정조치를 내렸다. 경매에 사용한 유료 입찰권의 80%를 경매 종료 후 10일 이내 반환하고, 입찰권은 현금으로 환급할 수 있도록 약관을 바꾸라는 것이다. 단 제반 수수료는 10% 이내에서 공제할 수 있도록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낙찰 받지 못한 참가자들에게 입찰비를 돌려주지 않는 것은 소비자가 얻는 것도 없이 사업자에게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불공정행위"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기존에는 없던 경매 참가비를 판매가의 5% 이내에서 설정하도록 했다. 사업자들의 파격적인 낙찰가 홍보에 현혹된 소비자들이 무분별하게 경매에 참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공정위가 7개 업체의 약관을 바꾸도록 했지만, 온라인 10원 경매업체는 이곳 말고도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어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실제로 공정위가 경매업체들의 불공정약관에 대해 직권조사를 시작한 6월만 해도 50여개였던 업체가 12월 현재 100여개를 넘어 6개월 새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업체별로 매일 10여건의 경매에 200여명이 참가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용자 수는 수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10원 경매를 새로운 할인거래방식인 것처럼 속여 소비자들을 모은 뒤 사행심리를 자극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어 업체들이 크게 늘고 있다"며 "업체들의 약관 개정작업을 감시하는 한편, 또 다른 불공정행위가 발생하지 않는지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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