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를 계기로 초중고교 교과서에서 원전의 안전성을 부각시킨 내용들을 수정하거나 대폭 삭제키로 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내년에 발행하는 1,300여종의 교과서 가운데 106종이 문부과학성에 원전 관련 내용 수정신청을 냈다. 기존 교과서에는 원전이 다른 에너지에 비해 효율성이 좋고 화석연료를 적게 사용해 지구 온난화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내용이 많았으나 수정된 부분에는 원전의 부정적인 측면이 대폭 늘어났다.
도쿄서적의 고교현대사는 "원자력발전의 안전신화는 근본부터 깨졌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원자력 발전소를 모두 폐기해야 한다는 등 원전추진을 재검토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는 내용을 새로 넣기로 했다. 중학교 요리교과서에서는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단위인 시버트(Sv)에 대한 용어를 도표를 곁들여 설명했다. 도쿄서적의 관계자는 "새로운 객관적인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이 현대 사회의 문제를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시미즈쇼인(淸水書院)의 중학교 사회(공민) 교과서도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큰 피해가 생길 위험성이 있다"는 부분을 삭제하고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큰 피해가 발생한다"며 원전의 위험성을 한층 강조한 내용을 삽입했다. "석유와 화석을 대체할 정도는 아니다"로 적혀있던 태양광, 풍력 등 청정 에너지에 대해서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로 수정했다.
가이류도(開隆堂)가 편찬한 중학교 기술ㆍ가정 교과서는 원자로의 안전성을 표현한 "원자로는 콘크리트 등 몇 겹의 두꺼운 벽으로 보호돼있다"는 부분을 삭제키로 했다. 스켄(數硏)출판사의 고교 물리기초 교과서는 방사선의 영향에 대해 "암 발생의 원인이 돼 피폭량이 큰 경우 급성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서술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피해지역 학생들을 위한 배려도 눈에 띈다. 도쿄서적의 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는 단풍에 물든 산을 "밀려오는 붉은 파도"에 비유한 대목을 삭제했다. 교육출판은 지진피해 상황을 보여주는 사진을 수록하지 않기로 했다.
문부과학성 관계자는 "상당수 교과서가 도호쿠 대지진 발생 직후인 3월말께 검정을 통과, 후쿠시마 원전 관련 상황이 정확하게 수록되지 않아 수정 신청이 많았다"며 "내년도부터 일선 학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내용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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