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기본권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사내하청과 파견노동의 확산은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주최로 14~15일 국회에서 열린 '국제비교를 통해 본 한국노동기본권 실태와 노조법 개정 방향' 심포지엄에 참석한 카렌 커티스(51ㆍ사진)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적용국 부국장은 15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간접고용의 확대가 노동권의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ILO에서 각국의 단결권 침해 여부를 심의하는 커티스 부국장은 "기업들은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파견 등 비정규직을 사용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노동권을 제약하려는 의도로 이를 활용하고 있다"며 "사내하청, 파견노동은 권리를 보장할 책임 있는 카운터파트(사용자) 없이 노동자들이 노동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불합리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자는 많지만 사용자는 한 명도 없는 사업장들의 실태가 각국에서 속속 보고되고 있다"며 "지난 10월 열린 ILO 회의에서도 사내하청의 활용이 노동권 제한으로 이어진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동차, 조선 등 주요 제조업 분야에서 사내하청 노동자의 비율은 20%를 넘을 정도이지만 이들의 노조 조직률은 0.5%가 채 안된다. 이는 우리나라 임금노동자 평균의 20분의 1 수준이다.
커티스 부국장은 한국의 교사ㆍ공무원의 노동권이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제약을 받고 있는 점도 우려를 표시했다. 우리나라는 교사ㆍ공무원의 파업 등 단체행동이 금지돼있고 5급 이상 공무원은 노조가입이 금지돼 있다. 그는 "전교조나 전공노 소속 공무원들이 개인적으로 특정 정당을 후원했다고 처벌받는 것은 엄연한 차별"이라며 "조합원 개인은 물론, 조합차원의 정당후원도 폭넓게 인정해야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가유지를 위한 필수적 업무가 아니면 공무원의 파업권도 제한해서는 안 되며, 만약 불가피하게 파업권을 제한한다면 이로 인해 피해를 입는 공무원들이 구제받는 절차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1991년 12월 ILO에 가입한 우리나라는 가입 20년이 됐지만 지금까지 ILO의 협약 24개만을 비준, 협약 비준 수가 183개 가입국 중 128위에 불과하다. 특히 '결사의 자유 협약'(87호), '단체교섭의 권리 협약'(98호) 등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아 노동후진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커티스 부국장은 "노동기본권의 보장은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의 주춧돌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사진=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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