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서양화가 권옥연(대한민국예술원 회원)씨가 16일 오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8세.
1923년 함남 함흥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4년 일본 동경제국미술학교를 졸업한 뒤 1957~60년 프랑스 파리아카데미에 유학했다. 유학 전에는 고갱의 영향을 받아 양식화하고 평면적인 풍경과 인물을 주로 그렸으나, 유학을 계기로 '앵포르멜'(서정성을 강조하고 색채에 중점을 두는 추상화 경향)의 영향을 받아 추상과 구상을 넘나드는 독창적 화풍을 구축했다. 토기나 목기 같은 전통적 기물이나 상형문자를 모티프 삼아 이를 변형 또는 해체해 초현실주의적 풍경을 만들어낸다. 동양적인 깊이와 음악적인 리듬감이 융합되고 신비감이 감도는 그의 작품을 두고 프랑스 초현실주의 주창자 앙드레 브르통은 '동양적 초현실주의'라고 평하기도 했다.
서울대, 이화여대 강사 등을 거쳐 1979년부터 금곡미술관 관장을 맡아왔고, 대한민국예술원상(1986), 보관문화훈장(1990), 공로예술인상(1998) 등을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는 '벽' '메아리' '꿈' 등이 있다.
유족은 부인 이병복(84ㆍ무대미술가)씨와 이나(57ㆍ화가), 유진(50ㆍ첼리스트)씨 등 2남. 빈소는 고려대안암병원, 발인은 20일 오전 9시. (02)923-4442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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