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死地)로 떠난 그들’. 한 언론이 민주당 김부겸,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을 이렇게 묘사했다. 김 의원은 16일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군포를 포기하고 대구 출마를, 이 의원은 일찌감치 광주 서구 출마를 선언했다. 13대 총선(1988년) 이후 대구는 민주당의 무덤이었고, 광주는 한나라당의 불모지였기에 ‘사지로 떠난 그들’이라는 표현은 아주 적절했다.
김 의원은 대구 출마의 변을 지역주의, 기득권, 과거라는 세 가지 벽을 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일당독식인 대구의 지역주의를 깨고, 3선 중진으로서 한 번 더 당선되는 것보다 의미 있는 도전이 필요하며, 과거 세력의 집결에 불과한 야권 통합에 혁신을 이끌기 위해 한 몸 던지겠다는 것이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이 의원도 마찬가지다. 호남이 변해야 영남도 변하고, 나라도 변한다고 했다. 민주화 성지이자 지역주의의 피해자인 광주가 한 차원 높은 선택을 해보자는 것이다. 이 의원은 17대 총선(2004년)에서 ‘미친 놈’이라는 욕을 먹어가며 겨우 0.7%(720표)를 얻었다. 그럼에도 그는 18대 비례대표 의원이 된 이후 열심히 호남 예산을 따오고 지역민원 해결에 앞장섰다. “호남의 미운 오리새끼가 아니라 백조”라는 그의 호언이 허황되게 들리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명분 확보용’ ‘박근혜 집권 시 명실상부한 실세가 되기 위한 노림수’라는 다른 해석을 덕지덕지 붙이기도 한다. 설령 정치적 복선이 있다 해도 그런 식의 야심은 결코 흠이 아니고 적극 권장해줘야 한다고 본다.
수도권 민심을 살펴보면 김 의원이 군포에 다시 출마한다면 당선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 의원도 박근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좋은 지역구를 택한다면 훨씬 편한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두 의원 모두 어려운 길을 가기로 했다. 이들의 용기가 가상하다고 해서 대구나 광주가 무조건 뽑아줄 수는 없다. 그러나 지역유권자들이 아예 외면부터 하지 말고, 이들이 살아온 길과 공약을 한 번 더 들여다보는 정성은 보여줘야 하지 않나 싶다. 이들의 선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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