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5일(현지시간) 이란 추가 제재 법안(일명 커크-메넨데스 법안)이 미국 의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우리 경제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정부는 일단 커크-메넨데스 법안이 아직 정식으로 서명되고 발효된 것이 아닌 만큼 어떤 결정도 내려진 것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이란으로부터의 원유 수입이 어려워지는 상황도 배제할 순 없지만 아직 적잖은 시간이 남아 있는데다 제재를 피해갈 수 있는 예외 및 유보 조항 등을 활용할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사실이 확정된 것인 양 알려질 경우 국내의 혼란은 물론 이란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 것이다.
정부는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이 법안이 결국 발효될 것으로 보고, 법안 세부 내용 등을 정밀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무엇보다 이 법안이 국제 원유시장을 마비시키거나 다른 나라의 경제에 혼란을 주려는 의도를 갖고 마련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이란의 핵 개발이 위험 수위를 넘어선 만큼 이란 중앙은행을 제재해서 핵 개발의 자금 줄을 막아 보자는 게 법안의 근본 취지”라며 “법안이 의도하는 바와 우리의 경제적 실익을 모두 챙길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통상부는 특히 이 법안의 예외(exception)조항과 유보(waiver)조항에 상당한 기대를 갖고 있다. 이 법안은 이란 중앙은행과의 금융 거래를 차단해 사실상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법안은 예외 조항을 두어 이란산 원유를 계속 수입하더라도 일정 기간 상당한 정도의 감축이 이뤄진 경우엔 제재를 면제해 주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 유보 조항은 미국의 국익에 필요한 경우엔 행정부의 판단으로 제재를 유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가운데 미 행정부가 상당한 재량권을 발휘할 수 있는 유보 조항을 눈 여겨 보고 있다.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하더라도 해당국의 중앙은행이나 정부 소유 은행인 경우엔 원유 거래 분야에만 제약을 둔다는 대목도 주목된다. 이는 비원유 분야의 거래엔 제약을 두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을 이란으로 수출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안 된다는 얘기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우리 나라 특정 은행이 정부 소유 은행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커크-메넨데스 법안은 발효 90일 후 미 행정부가 국제 원유시장에 별 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때 이로부터 다시 90~180일 후 실질적 제재에 들어가도록 했다. 따라서 대체 물량 등이 확보되지 않았거나 국제 원유시장의 상황이 불안할 때에는 실질적 제재가 상당 기간 연기될 수도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주미 한국대사관과 주한 미국대사관을 통해 미국측에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이 에너지 안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등을 설명하고, 우리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설득 작업도 벌일 계획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북한의 핵 개발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로선 미국의 대 이란 제재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미 행정부와 긴밀하게 협조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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