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도심에 있는 중국 영사관에 15일 오후 2시(현지시간) 아시아계로 추정되는 60대 남성이 총탄을 발사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영사관 밖에서는 이날 오전부터 중국의 인권 유린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져 총격 당시 20여명의 시위대가 모여 있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시위에 참가했던 이 남성은 영사관 보안요원과 실랑이를 하다가 보안요원이 팻말을 빼앗아 쓰레기통에 버리자 격분, 자신의 차량에서 총을 가져와 요원을 향해 9발을 쐈다. 비록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이 총격으로 영사관 유리창 등이 깨졌다.
보안요원은 "총을 쏘자 곧바로 바닥에 엎드렸고 전화번호부 등 책 여러 권으로 머리를 가렸다"며 "죽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총을 쏜 남성은 약 3시간 후 경찰에 자수했다. 일부 언론은 이 남성이 중국계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류웨이민 중국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중국은 이번 문제를 매우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미국 측에 가능한 한 빨리 사건을 해결하고 미국 내 중국 공관과 기관, 개인의 안전을 보호할 효과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바이두(百度)와 펑황왕(鳳凰網) 등 중국의 인터넷사이트들은 이 사건과 관련한 외신 보도를 속보로 내보내면서 지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댓글 게시판에는 이번 사건의 용의자가 한국계일 것이라는 추측성 글이 쏟아졌다. 베이징(北京) 소재 주중 한국대사관이 쇠구슬 공격을 받은 것에 앙심을 품은 한국계 미국인의 소행이라는 단정적인 루머까지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빠르게 퍼졌다.
최근 한국 해경 살해사건으로 양국 국민의 감정이 악화하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둔 듯 한 네티즌은 "한국인들의 자존심은 핵무기보다 더 무섭다"며 "범인은 분명 한국계일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범인이 한국인이라고 이미 단정한 듯 "이번 사건은 한중수교 20주년을 앞두고 해경순직사건과 오성홍기를 불태우는 사건에 이어 일어난 또 하나의 참극"이라며 "안타깝다"고 했다. 이번 사건에 격앙된 한 네티즌은 "영사관 공격은 명백한 침략이자 테러인 만큼 중국 정부가 반격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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