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료는 합리적으로 받고 싶어요. 그래서 저는 러닝개런티(영화 흥행에 따라 지급되는 출연료)를 받습니다. 출연료를 (배우들 중에) 가장 많이 받아본 적은 없어요. 연기는 20년 해왔지만 아직도 너무 어렵습니다. 그래도 연기 할 때가 제일 즐거운걸요.”
‘마이웨이’의 개봉(21일)을 앞둔 충무로 대표 미남배우 장동건(39)을 16일 오후 서울 장충동 한 호텔에서 만났다. 그의 말과 말투는 여전히 겸손하고 예의 바르며 조심스러웠다.
장동건의 신작 ‘마이웨이’는 충무로 역사상 가장 많은 제작비(300억원)가 들어간 전쟁영화다. 그는 올림픽 마라톤 출전을 꿈꾸다 격동의 역사에 휘말려 일본군과 구 소련군, 독일군으로 거듭 변신해야 했던 식민지 조선 청년 김준식을 연기했다. 넓은 가슴으로 어려서부터 라이벌이었던 일본인 타츠오(오다기리 조)에게 인간애를 깨닫게 하는 역할이다.
‘어찌 보면 비현실적이다 싶게 일관성 있고 정의로운 인물’로 장동건의 평소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마이웨이’의 강제규 감독은 “준식이 자체가 너다”며 그에게 출연 제의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장동건은 “약간 촌스러우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지닌 강 감독이 준식을 더 닮았다”고 했다. 그는 “강 감독을 ‘태극기 휘날리며’로 만나 7년간 사적으로도 가까운 사이가 됐다. 강 감독에 대한 믿음 때문에 ‘마이웨이’에 출연했다”고도 했다.
그가 ‘마이웨이’ 촬영을 하는 동안 아내 고소영과의 사이에 태어난 아들은 벌써 돌을 넘겼다. 그는 “아이가 태어난 지 일주일 만에 촬영에 들어갔는데 지금은 14개월 된 아들이 뛰어다닌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공교롭게도 아이 낳고선 집을 오래 비우는 영화를 계속 찍고 있는데 다음엔 좀 아이와 아내 곁에 붙어 있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도 말했다.
그의 차기작 ‘위험한 관계’는 18세기 프랑스 작가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동명소설을 각색한 영화로, 여기서 사교계의 바람둥이를 연기한다. 그는 “결혼하고 처음 출연 결정을 한 영화인데 아내와 의논 뒤 선택했다”고 말했다. “아내 입장에선 박수 쳐줄 만한 배역은 아니지만 역시 같은 직업이니 이해해주고 응원해준다”고도 했다.
그는 “아내가 ‘마이웨이’를 보고 세 번 울었다. ‘할리우드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한국 전쟁영화의 절정을 보여줬다’며 호평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위험한 관계’를 중국에서 촬영하고 있으며 ‘마이웨이’ 개봉을 앞두고 잠시 귀국했다.
내년이면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지만 그는 “나이 먹는 게 두렵진 않다”고 단언했다. “외적으로 보기 안 좋을 수 있지만 젊었을 때와는 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래도 그는 은근히 젊은 시절의 열정을 그리워하는 듯했다. “케이블TV 등을 통해 어렸을 적 연기를 보면 차마 눈 뜨고 못 볼 지경이지요. 그래도 젊은 시절의 에너지 넘치는 그런 모습을 이제는 못하겠구나 싶기도 해요.”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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