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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꿈꾸는 자 잡혀간다 "몸은 가둬도 나비처럼 꿈꾸리" 희망버스 시인의 희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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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꿈꾸는 자 잡혀간다 "몸은 가둬도 나비처럼 꿈꾸리" 희망버스 시인의 희망가

입력
2011.12.1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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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자 잡혀간다/송경동 지음/실천문학사 발행·264쪽·1만2,000원

'희망버스' 시인 송경동(44)의 첫 산문집이다. 그는 지금 부산구치소에 갇혀 있다. 집시법 위반 등 5개 혐의로 지난달 18일 구속 수감됐다. 최근 5년 간 쓴 글을 유치장에서 교정을 봐서 출간했다.

잘 알려진 대로 그는 '거리의 시인'이다. 평택 대추리의 미군기지 반대 투쟁, 기륭전자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 현장,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들을 돕기 위한 공연장, 용산참사 현장, 한진중공업 노동자들과 연대한 희망버스 등 수많은 투쟁 현장에서 시를 쓰고 낭송해왔다.

'투사' 송경동은 단호하지만, '인간' 송경동은 울보다. 해고 노동자 등 남의 고통에 함께 울어주는 착한 마음이 그를 투사로 만들었다. 희망버스를 움직인 연료 또한 눈물이었다. 고공 크레인에 올라간 김진숙을 보며 수많은 사람들이 흘린 눈물이 사태 해결의 동력이 됐다. 눈물의 뼈가 자라나 단단한 연대의 기둥이 되었다.

"나도/ 여느 시인들처럼/ 꽃을, 사랑을 노래하고 싶다/ (중략) / 그러나 나는 늘 거리에 서야만 한다/(중략)/ 나도 여느 시인들처럼/ 아름다운 것들을/ 아름답다고만 노래할 수 있는/ 그런 해방된 사회를 가질 수만 있다면/ 거리에서 보낸 오늘 하루/ 나의 젊은 날도 헛되지만은 않으리/ 한낮의 꿈만은 아니리(이하 생략)"('한미FTA는 내 시도 빼앗아간다')

그는 고졸에 소년원 출신이고 노동자 출신이다. 목수, 용접ㆍ배관공 등 노동으로 청춘을 보내며 시를 배우고 썼다. 이번 산문집은 그의 자전적 이야기와 투쟁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가 어떻게 살아왔고, 왜 시인이 되었으며, 왜 투사가 됐고, 왜 희망버스를 기획했고, 왜 갇혀 있어야 하는지, 이 책에서 알 수 있다.

몸은 가둬도 꿈은 가둘 수 없다. 여전히 그는 희망의 연대가 만개하는 꿈을 꾼다. 그리하여 "이 시대의 감옥에서, 모든 억압과 좌절의 감옥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나비처럼 훨훨 나오는 꿈"을. '여기는 감옥, 나는 나비다'라고 제목을 붙인 서문에 그렇게 썼다. 그러다 보니 "갇혀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면서.

그는 확신한다. "뜨거운 눈물의 바다가, 그 마음들이 희망의 근거가 될 것"이라고. "다시는 누구라도 혼자 외로운 고공으로 오르지 않아도 되게 만인의 연대가 굳건한 그런 세상"을 꿈꾸면서.

그는 묻는다. 부당한 억압과 착취, 소외에 눈물 흘리는 누군가가 있는 한 '굿모닝, 오늘도 우리는 안녕한가'라고. '일상의 달콤한 감옥'에 갇혀 '일탈을, 다름을, 전복을 꿈꾸지 않는' 모두에게 던지는 불편한 질문이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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