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도 중반, 2주일만 지나면 2011년도 간다. 한 해를 보내는 시점이 되면 혼자서 머릿속으로 10대뉴스를 꼽아보는 실없는 버릇이 언제부턴가 생겼다. 일종의 직업병이라 할 수도 있겠다. 10대뉴스까지 있을 리도 없는 생활이지만 개인적인 10대뉴스 순위를 매겨보는가 하면, 올해의 사건이나 올해의 책 혹은 올해의 말을 떠올려보기도 한다.
사건으로 돌이켜 보면 2011년은 '함바집'에서 시작해 '디도스'로 저물고 있다고 할 만하다. 1월 어느 날인가 저녁, 오늘은 큰 일 없이 지나갈까 하며 잠시 한숨 돌리고 있는데 전직 경찰청장이 출국금지됐다는 뉴스가 터졌다. 경찰 간부들에서 시작해 방위사업청장, 청와대 비서관, 강원랜드 사장 등이 줄줄이 엮인 함바집 비리 사건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열두 달이 흘러 오늘, 현직 경찰청장이 디도스 사건에 대한 휘하 수사팀의 수사결과를 정면으로 뒤집는 발언을 하며 사건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민주주의의 기본 중에서도 기본인 선거를 뒤흔들려는 시도였던 10ㆍ26 재보궐선거일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은 국회의원 비서들이 범행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그 배후에 대한 의문이 갈수록 커지고만 있다.
'함바집'에서 '디도스'까지
1월의 함바집과 12월의 디도스는, 한국사회가 올해도 어김없이 비리와 의혹 사건으로 점철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단어로 내게는 떠오른다. 그 사이 4월에 이 땅의 20대 젊은이들은 자신들을 옥죄는 현실에 좌절하며 스스로 목숨을 버리기까지 했고, 10월에는 가진 것 없는 이 땅의 99%가 맨해튼에 이어 한국의 여의도를 점령하자며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카이스트 학생들의 잇단 자살은 개인적으로는 10대뉴스의 첫번째로 떠오르는 사건이다. 그때 '젊음아, 죽지 말고 살아남아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적이 있다. 한 젊음이 그 제목을 보고 왈칵 눈물이 났다며 강렬하고 따뜻한 위로를 받았다는 메일을 보내왔었다. 젊음아, 좌절하지 말자, 공감하는 이웃들이 있다, 는 말로 이 자리를 빌어 그에게 다시 답장을 보내고 싶다. 비록 좌절하고 있다 해도 젊음의 힘은 반값등록금 투쟁에서 결집됐고, 숨어있는 듯하던 그들의 정치적 열정은 10ㆍ26 재보선에서 분출됐다. 비리와 의혹에 대비되는 밝은 뉴스들이기도 했다.
직장인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수무푼전(手無分錢ㆍ수중에 돈 한 푼 없다)을 꼽아 그들의 쓸쓸맞은 형편을 멋드러지게 표현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권불십년(權不十年ㆍ권세는 십년을 가지 못하고), 월만즉휴(月滿則虧ㆍ달도 차면 기우나니라)를 꼽고 싶은 한 해이기도 했다. 이명박 정권이 4년을 넘기면서 측근 비리, 친인척 비리가 줄줄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 9월에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자신했던 말이, 친인척 측근 비리가 잇따르면서 인터넷 공간에서 올해의 망언 1위로 꼽히기까지 해도, 뭐라 반박할 말이 없게 된 형편이다.
그래서 내년은 몹시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이제 정권은 1년밖에 남지 않았다. 총선과 대선이 잇달아 치러지는 2012년은 우리사회의 향방을 다시 점검하고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한 해가 될 수밖에 없다. 안철수와 박원순의 등장이라는 요소로 이미 2011년부터 요동친 판은 더 격렬한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다. 험난할 만큼 기대도 클 수밖에 없다. 2012년에 거는 기대는 올해의 말로 대신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꼽아본 올해의 말은 '슈퍼스타K 3' 우승팀인 울랄라 세션이 했다는 말이다. 그들의 노래도 괜찮았고 그 팀의 리더가 암과 싸우면서 노래를 했다는 사실도 감동적이었지만 나는 그 리더 임윤택이 했다는 이 말이 더 마음에 남았다.
울랄라 세션이 준 메시지
"팀이란 뭔가를 잘하는 사람들이 모인 게 아니라 자기가 가진 걸 포기할 줄 아는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암투병을 하면서도 좋아하는 노래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몸 상태도 나아졌다는 임윤택, 그의 이 말이야말로 팀이란 것의 본질과 가치를 드러낸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사회도 하나의 팀이 되었으면 싶다. 내년에는 한국사회도 또다른 울랄라 세션이 되어 한 발씩 물러서서 멋진 화음과 율동을 빚어냈으면 하는 엉뚱한 넋두리를, 해가 저무는 이때쯤에 해보는 것이다.
하종오 부국장 겸 사회부장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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