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동통신사간 경쟁촉진을 통한 통신요금 인하를 위해 추진했던 제4 이동통신 선정이 결국 무산됐다.
정부는 제4 이동통신 사업자 신청을 더 이상 받을 계획이 없어, '저가통신사'도입은 사실상 물 건너간 셈이다. 제4 이동통신을 통해 한국형 이동통신기술인 '와이브로'를 키우려던 계획도 함께 무산됐으며, 장기적으로 와이브로 자체가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6일 한국모바일인터넷(KMI)과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 등 2개 컨소시엄이 신청한 제4 이동통신 심사 결과 양 쪽 모두 합격점에 미달해 사업을 허가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사업권을 획득하려면 관련 설비, 재정 능력, 기술 능력 등 3개 분야에 걸쳐 100점 만점에 총 70점을 넘어야 하는데 KMI는 65.790점, IST는 63.925점에 그쳤다.
탈락에는 재정적 능력이 가장 큰 문제가 됐다. IST의 경우 2대 주주인 현대그룹의 불참선언이 결정적이었다. 현대그룹 계열 현대유앤아이는 심사 이틀 전인 지난 14일 IST 참여를 철회했다. 석제범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IST는 주요 주주가 변경돼 안정적 자금조달 측면에서 감점을 받았고 이로 인해 상용화 일정을 지키기 힘들 것으로 판단됐다"고 말했다.
KMI도 마찬가지. 일부 지분참여 업체의 경우 매출액이 고작 3억원 수준임에도, 40억원의 투자를 약속해 문제로 지적됐다. 석 국장은 "KMI는 출자 주주들이 자기자본 대비 수십배의 자금 출자 계획을 밝히는 등 자본조달 계획 및 이행가능성에 문제가 있었다"며 "과도하게 시장을 낙관적으로 전망한 것도 문제"라고 탈락 이유를 설명했다.
KMI의 경우 이미 두 차례나 사업신청을 했지만, 모두 불합격판정을 받은 상태. 방통위는 총 세 차례에 걸쳐 제4 이동통신 사업자 신청을 받아본 결과 더 이상 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보고, 추가적인 사업신청을 받지 않기로 했다. 석 국장은 "앞으로 제4 이동통신 사업 신청을 다시 받을 계획이 없다"고 말해, 사실상 제 4 이동통신 설립 계획을 포기했음을 시사했다.
이로써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 과점체제는 더욱 공고해지게 됐다. 방통위는 통신료가 싼 신규 사업자를 선정함으로써 3사 과점체제를 깨고 경쟁을 촉진시켜 궁극적으론 통신요금인하를 유도한다는 복안이었지만, 제4 이동통신 사업자체가 무산됨에 따라 경쟁을 통한 요금인하도 불가능해졌다.
더불어 와이브로도 좌초 위기에 몰렸다. 제4 이동통신은 와이브로망을 이용해 값 싼 음성통화와 빠른 무선 데이터통신을 제공할 예정이었으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당장 와이브로를 활성화 할 방법이 없어졌다. 방통위 상임위원들도 이날 회의에서 "와이브로 육성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요금 인하를 위해선 가상이동통신망업체(MVNO)를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와이브로
무선 광대역 인터넷(Wireless Broadband Internet)의 영문 줄임말로 통상 휴대인터넷이라 부른다, 우리나라가 자체 기술로 독자 개발한 이동통신기술이다. 가장 큰 장점은 이동 중에도 데이터 통신을 쓸 수 있다는 점. 음성통화는 물론이고 시속 60㎞로 이동하며서도 40~100Mbps 속도로 무선 인터넷을 빠르게 이용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SK텔레콤과 KT 등에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일부 휴대폰 및 USB 모뎀 등을 통해 이용할 수 있지만, 4세대 통신기술인 롱텀에볼루션(LTE)등이 보편화되면서 와이브로의 설 땅은 갈수록 비좁아지고 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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