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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기차 멈춘 옛역사 표 끊는 행렬이…승객대신 관광객 '돈 되는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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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기차 멈춘 옛역사 표 끊는 행렬이…승객대신 관광객 '돈 되는 변신'

입력
2011.12.1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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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센강 옆의 오르세 미술관. 지금은 미술관뿐 아니라 전세계인이 즐겨 찾는 종합 문화공간이지만, 원래 이곳은 버려진 철도 역사(驛舍)였다. 1986년 프랑스 정부가 버려진 역을 개조해 재탄생시킨 이 미술관은 이제 한해 관람객이 300만명에 달할 만큼 세계적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우리나라도 철도 이용객이 줄거나 철도복선화 등으로 역이 이전하면서 기차역으로서의 기능을 잃은 폐역사(廢驛舍)들이 속속 박물관이나 관광시설 등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한때 누군가에게 소중한 추억과 만남의 장소로, 또 어떤 이에겐 가슴 시린 이별이 녹아 있을 옛 철도역들이 세월이 지나면서 각양각색의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해 되살아나고 있다.

문화 공간이 된 폐역사

1925년 웅장한 돔과 원기둥으로 이뤄진 유럽풍 건축양식으로 수도 서울의 관문으로 등장한 서울역.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상징적 공간 가운데 하나인 서울역은 고속철도(KTX) 개통과 함께 새로 지어진 새 역사로 본래 기능을 넘기고, 빨간 벽돌의 외형과 손때 묻은 나무 창틀까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최근 문화전시공간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이름도 서울역에서 '문화역 서울 284'로 새롭게 바뀌었다. 지금은 여행객 대신 패션쇼와 미술전시, 예술 공연 등을 보러 오는 관람객들도 북적댄다.

코레일 관계자는 "정부 소유로 넘어가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관리를 하고 있다"며 "주말 방문객만 1,000여명이 넘고, 공연이 있는 날이면 서울역광장까지 긴 줄이 늘어설 정도로 서울 도심을 대표하는 문화 공간으로 변신해 문화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 됐다"고 말했다.

호남선의 옛 나주역은 철도 박물관으로 변신했다. 나주역을 방문하면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비둘기호·통일호 열차시간표와 밀랍인형으로 된 역장과 역무원 등을 만날 수 있다. 역사 자체만으로도 운치가 있는 공원으로 탈바꿈해 여행객들이 일부러 찾는 곳이기도 하다.

관광명소로 재탄생

강원 정선선(정선 남면~여량면)은 산업화가 시작되던 1962년 개통해 석탄 수송을 주목적으로 운행되던 산업철도다. 하지만 석탄합리화 정책 이후 이 일대 광산들이 폐쇄되자 산업철도의 기능도 함께 약화됐고, 일부 구간의 운행이 중단되다 2000년대 초엔 아예 열차운행 끊겨버렸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정선선 구절리역과 아우라지역 구간 7.2㎞는 2005년 레일바이크(기차 철로 위를 달릴 수 있도록 제작한 2~4인용 4륜 바이크) 체험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주말이면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일찌감치 예약을 하지 않으면 이용하기 힘들 정도다. 폐역사가 레저시설로의 변신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

역사로 쓰이던 건물 자리엔 카페가 들어섰다. 실제 운행하던 열차를 개조해 만든 아우라지역의 '어름치 카페'와 구절리역의 '여치의 꿈 카페'는 주변 풍광과 잘 조화된 독특한 외양으로 이색적 풍광을 담으려는 사진 동호인들이 연중 북적이는 유명 관광명소가 됐다.

전라선(전북 익산~전남 여수) 옛 곡성역은 관광과 영화를 테마로 한 '기차마을'로 거듭난 경우다. 열차가 지나던 옛 철길에는 관광용 증기기관차가 운행되고, 철길 주변은 공원과 펜션 단지로 변신을 했다. 또 이곳에는 세트장이 조성돼 '토지' '야인시대' '경성스캔들' '태극기 휘날리며' 등 드라마와 영화 촬영장소로 활용됐다. 일부 철도 구간은 레일바이크 체험장소로 조성됐다.

코레일 관계자는 "옛 곡성역은 과거 열차 운행 당시보다, 또 철도복선화로 새로 이전해 지어진 지금의 곡성역보다 더 많은 사람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며 "특히 곡성역에 조성된 기차마을과 영화세트장은 곡성군의 대표 관광지역으로 손꼽힐 정도"라고 말했다.

산업철도로 쓰였던 문경선(경북 점촌~문경)의 불정역도 관광지로 변신했다. 2008년부터는 이색 숙박을 체험하려는 가족단위 관광객들을 위한 펜션열차단지가 생겨 인기를 끌고 있다. 경북 문경시와 코레일이 함께 무궁화호 객차 6량과 전동차 1량 등 열차 7량을 10개 객실로 꾸민 '불정역 테마펜션열차'를 선보인 것.' 문경시가 열차운행 중단 후 방치돼 있는 불정역을 정비하기 위해 코레일과 함께 관광 사업화를 추진한 것인데, 이제 이 곳이 새로운 볼거리와 관광명소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지역주민들 품으로

기차가 멈추는 역보다 그냥 지나치는 역이 훨씬 많은 경북선(경북 김천~영주). 115㎞ 구간 21개 역 가운데 현재 운영중인 역은 8곳뿐이다. 유독 폐역이 많은 경북선 기차역 가운데 역 기능이 없어진 지 10년이 넘은 산양역은 이제 지역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변신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역사 건물만 한 켠에 남아있을 뿐 쓸쓸하게 방치된 역도 있다. 불행의 주인공은 경춘선(서울~강원 춘천) 사릉역. 대합실과 매표소가 있던 빨간 벽돌의 아담한 역사 건물 주변에는 과거 철로가 놓였던 흔적만 남은 채 역 부지는 주차장이 됐다. 또 주차장으로 쓰이는 곳을 제외한 곳은 비닐하우스 등이 들어선 경작지로 바뀌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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