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22주째에 접어든 최씨(32)는 얼마 전 1주일 넘게 잠을 자지 못했다. 임신 중기(15~20주)였던 두 달 전, 사전 검사에서 태아가 다운증후군일지 모른다는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최종 진단하는 양수검사에서 아닌 걸로 나왔지만 마음을 얼마나 졸였는지 모른다"며 "임신 초기부터 검사할 수 있으면 마음고생도 그만큼 덜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신 초기(5~12주)에 태아의 다운증후군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검사법이 최근 나왔다. 류현미 제일병원 유전학연구실 교수는 다운증후군 태아를 임신한 산모의 혈액에서 21번 염색체에 있는 유전자(PDE9A)가 2배 이상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 혈액 속의 유전자 검사만으로 다운증후군 여부를 알 수 있는 유전자 검사법을 개발했다. 다운증후군은 21번 염색체가 정상보다 한 개 더 많아 생기는 병이다. 류 교수는 "임신 중기에 혈액 속 단백질 검사와 자궁 초음파 검사 둘을 함께 받아야 했던 이전 방식과 달리 임신 초기에 한 번만 받으면 돼 훨씬 간편하다"고 말했다.
현재 유전자 검사법의 정확도는 이전 검사법과 같은 80~85%. 여기서 양성 판정을 받더라도 양수검사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양수검사는 산모의 배에 바늘을 찔러 채취한 태아의 세포를 분석하는 최종 검사법이다. 다운증후군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선 필수적이지만 다소 위험하다. 전 세계적으로 임신부 100명 중 1명이 양수검사를 하다가 유산한다. 국내에선 임산부 1,000명당 3명 꼴이다.
류 교수는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다운증후군과 관련된 유전자를 추가로 발견해 유전자 여러 개를 동시에 써서 검사한다면 수년 안에 혈액만으로도 다운증후군 여부를 100% 가까이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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