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차지니 뜨끈뜨끈한 온돌방 생각이 간절하다. 아무리 난방을 하고 이불을 끌어다 덮는다 해도 침대나 소파보단 방바닥이 따뜻하다. 그래서인지 한국사람은 여전히 엉덩이를 방바닥에 붙이고들 산다. 이런 생활양식은 주로 의자를 사용하는 서양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릎이 움직이는 각도가 크다. 그래서 무릎 수술을 할 때 한국인은 좀더 많이 움직이는 인공관절을 쓰기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3년 새 무릎 인공관절수술을 받은 40세 이상 환자가 2배나 늘었다. 약도 물리치료도 효과가 없을 때 마지막 보루로 선택하는 방법이 바로 인공관절이다. 여러 종류의 인공관절 중 자신에게 어떤 게 맞는지 잘 알고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 이유다.
양반다리 무릎 굽힘 165도
신발 끈을 맬 때 사람들은 무릎 관절을 약 106도, 계단을 오를 때는 약 83도, 보통 걸음으로 걸을 때는 약 67도, 의자에 앉을 때는 약 90도 굽혀야 한다. 그래야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가능하다. 그런데 양반다리를 하거나 무릎을 꿇고 방바닥에 앉으면 무릎 관절이 111~165도 정도 구부러진다. 다른 자세나 움직임에 비해 훨씬 굽힘 각도가 크다. 한국식 생활양식이 무릎 관절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무릎 인공관절은 사용 각도에 따라 일반형과 더 많이 구부러지는 고도굴곡형이 있다. 평소 무릎을 많이 쓰는 사람이라면 고도굴곡형이 적합할 수 있다. 그러나 넓은 각도를 쓰는 만큼 수명이 짧아지기도 한다. 수술로 인공관절을 넣기 전 제거해야 할 뼈의 양이 일반형에 비해 많기 때문에 만약 재수술이 필요할 때 어려움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종아리 쪽 부위가 좀더 잘 돌아가게 만든 회전형 인공관절도 한국식 생활양식에 잘 맞는다.
과거엔 인공관절을 남녀 구분 없이 썼는데, 최근엔 여성 전용 인공관절이 나왔다. 여성의 무릎 관절은 남성에 비해 전체적으로 작다. 특히 가로 폭이 작다. 또 여성은 무릎 관절 모양이 타원형에 가까운데 비해 남성은 원형에 가깝다. 이 차이를 무시하고 딱 맞지 않는 인공관절을 넣으면 수술 후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여성의 관절 구조에 일치하도록 디자인된 여성 전용 인공관절은 무릎의 움직임을 더욱 자연스럽게 해준다.
현재 인공관절은 주로 스테인리스나 코발트크롬, 티타늄합금, 폴리에틸렌 같은 재질로 만든다. 관절전문 웰튼병원 송상호 원장은 "최근엔 세라믹 인공관절도 개발됐는데, 이 덕분에 인공관절의 수명이 기존 15~20년에서 30년으로 늘었다"며 "오래 쓸 수 있다 보니 젊은 층의 인공관절 수술에는 세라믹 재질을 많이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인공관절의 일부분이 금속으로 돼 있으면 간혹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도 있다.
연골 심하게 닳으면 기형까지
건강한 관절과 그렇지 않은 관절을 판단하는 기준은 연골이 얼마나 손상됐느냐다. 무릎 관절은 뼈와 연골, 그 주변을 둘러싼 인대와 근육으로 형성돼 있다. 무릎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연골이 점점 닳는다. 닳은 부위가 비교적 적을 땐 보통 관절 부위에 1cm 미만의 작은 구멍을 내고 카메라가 달린 관절내시경을 넣어 이물질이나 손상된 연골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그러나 연골이 심하게 닳아 없어지면 앉거나 서는 일상생활조차 힘들어진다.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조금만 걸어도 아프고, 통증 때문에 밤에 잠을 깨고, 무릎을 쉽게 구부리거나 펴지 못한다. 심각한 경우엔 O자형이나 X자형 같은 다리 기형까지도 생길 수 있다. 그럴 땐 무릎을 절개한 다음 남은 연골과 뼈 일부를 깎아내고 인공관절을 끼워 넣는다. 관절의 모양과 크기를 정확히 측정해 가장 잘 들어맞는 인공관절을 선택해야 관절 기능을 원래대로 회복시킬 수 있다.
예전엔 인공관절수술 때 관절을 받쳐주는 근육이나 힘줄까지 잘라내다 보니 관절 주변이 약해져 재활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송 원장은 "요즘엔 근육과 힘줄을 그대로 두는 최소절개술이 가능하다"며 "최소절개술 후 4시간이 지나면 걷는 연습을 시작할 수 있고, 절개 부위가 작아 보기에도 좋다"고 말했다. 15일 가량 입원해 재활치료를 받다 퇴원한 다음 이후 상태에 따라 1개월~1년에 한번씩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 인공관절수술 직후엔 소리가 나거나 뻑뻑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재활치료로 대부분 좋아진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 "로봇수술로 인공관절 소형화"
인공관절수술 성공의 관건은 필요한 위치에 인공관절을 얼마나 정확히 끼워 넣느냐다. 아무리 숙련도 높은 의사라도 간혹 미세한 오차가 생길 수 있다. 이 같은 사람 손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이 있다. 로봇 수술이다.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박윤수(사진) 교수팀은 지난달 50대 남성에게 인공고관절(엉덩이관절)을 로봇수술로 이식하는데 성공했다. 15~20cm인 기존 인공고관절보다 반 이상 작은 관절을 로봇으로 인체에 삽입한 건 세계 처음이다. 박 교수는 "사람 몸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관절 기능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로봇 수술"이라며 "오차 없고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기 때문에 훨씬 작은 인공관절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몸도 들어가는 인공물은 작을수록 좋다. 하지만 인공관절이 작으면 작을수록 의사가 손으로 일일이 연골이나 뼈를 깎아낸 뒤 들어갈 자리를 잡아주는 도중 위치가 비틀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렇게 오차가 생기면 수술 후 인공관절이 흔들리면서 통증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인공관절은 오차를 줄이기 위해 꼭 필요한 크기보다 좀더 여유분을 덧붙인다. 사람 손으로 하는 수술에 맞는 크기로 제작된다는 소리다.
박 교수는 "로봇 수술에선 인공관절 위치 정보를 입체적으로 입력해주면 로봇이 말끔히 연골과 뼈를 깎아내기 때문에 의사는 관절을 그 자리에 넣기만 하면 된다"며 "오차 가능성이 낮아지니 그만큼 인공관절 크기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무릎처럼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있는 부위는 일부분만 작은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수술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은 일부분만 망가져도 대개 전체 무릎 뼈를 인공관절로 대체한다.
연골이나 뼈를 로봇이 깎아내면 사람 손으로 깎았을 때보다 깎인 면이 더 매끄럽다. 그래서 "원래 조직과 인공관절과의 접촉면이 넓어져 크기가 작아도 움직이거나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고정할 수 있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의사가 하는 수술이 1시간 걸리는데 비해 로봇수술은 30분 더 걸린다. 비용도 40~50% 비싸다. 숙련된 의사는 수술 중 손으로 미세한 변화를 감지해 순간적으로 중요한 판단을 내릴 수 있지만, 기계는 이런 게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박 교수는 "숙련된 외과의사를 길러내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데다 의사마다 실력 편차가 크다"며 "인공관절 로봇 수술은 수술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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