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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외국기업들 "방통위 오버 못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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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외국기업들 "방통위 오버 못말려"

입력
2011.12.1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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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IT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가 우리나라 방송통신위원회 때문에 말 못할 고민에 빠져 있다. 방통위는 지난 9월과 11월말 잇따라 "MS와 한국에 데이터센터 구축 가능성을 논의 중"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MS본사를 방문했던 최시중 위원장이 데이터센터 유치를 제의해서 긍정적 답변을 들었으며, MS의 국제관계 담당사장 방한 시 재차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정작 MS 반응은 달랐다. MS가 준비중인 서비스는 이제 밑그림 단계이며 아직 데이터센터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 애초 방통위의 발표 자체가 부풀려졌단 얘기다.

MS는 이런 상황을 방통위측에 충분히 설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방통위는 지금도 수시로 진행상황을 확인하며 유치계획을 달라고 요구한다는 후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생각조차 하지 않는 계획을 내놓으라니 우리도 참으로 답답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방통위의 태도는 태연하고 오히려 당당하다. 방통위측은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래도 성사시키려면 수시로 확인할 수 밖에 없지 않겠냐"는 입장이다. 결정되지도 않은 계획을 왜 발표했느냐에 대해서는 "일부 언론에서 그렇게 만들었다"고 답했다.

업계에선 방통위의 과욕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얘기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식경제부가 6월에 한국을 데이터센터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뒤 방통위에서 데이터센터를 부쩍 챙기기 시작했다"면서 "해묵은 부처간 주도권 경쟁의 단면"이라고 꼬집었다.

내용은 다르지만 구글도 방통위 때문에 애를 먹은 적이 있다. 지난 9월 최 위원장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느닷없이 구글 본사를 방문할 테니 CEO급 면담을 주선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 도저히 일정이 맞지 않아 결국 홍보담당 임원이 최 위원장을 맞게 됐으나, 어쨌든 구글로선 진땀을 흘렸다는 후문이다.

최 위원장은 다음달 8일로 예정된 미국 가전전시회(CES) 출장 때 MS와 아마존 본사, 일본 소프트뱅크와 NTT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해당 기업들은 본사에 주요 경영진 일정을 확인하고 있지만 연초라서 면담주선이 여의치 않아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과거 정보통신부 시절에도 장관이 나서 외국기업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가 결국 헛물을 켠 사례는 많다. 정권이 바뀌고 부처가 바뀌고 수장이 바뀌어도 이런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관행은 왜 바뀌지 않는지, 답답할 노릇이다.

최연진 산업부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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