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최태원 회장 형제의 선물투자 손실 그룹 보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자금 창구 역할을 한 김준홍(45)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를 구속 기소하면서 그의 대표적 혐의 3가지 중 두 가지 사안에 최재원 수석 부회장이 관련돼 있다고 밝혀 사실상 사법처리를 기정사실화 했다. 다만 나머지 한 가지 혐의에 대해선 여지를 두고 있어 해당 혐의가 최 회장 형제 중 누구에게 적용될 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중희)는 투자금 횡령(1,851억원)과 배임(202억원) 혐의 등으로 김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특히 검찰은 김씨의 혐의 중 베넥스 투자금을 담보로 이뤄진 900억원대 저축은행 대출은 최 부회장을 위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8년 12월 말 현대스위스저축은행에 베넥스 자금 220억원을 예금형식으로 넣고, 최 부회장은 이를 담보로 220억원을 대출받았다. 며칠 뒤에는 최 부회장과 그 지인들이 김씨가 한신ㆍ미래저축은행에 같은 방식으로 맡긴 투자금 530억원을 담보로 546억원을 빌렸다는 것이다. 최 부회장이 베넥스 투자금을 담보로 한 대출을 지시 또는 공모했다면 횡령의 공범이 되는 셈이다.
최 부회장의 연루혐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180억원 상당의 거액이 필요했던 최 부회장은 김씨에게 "베넥스 자금으로 (나의) 주식을 매입해 돈을 마련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적정가 28억원으로 평가된 최 부회장의 차명주식 6,593주를 230억원에 고가 매입했고, 검찰은 이러한 불공정 주식거래가 최 부회장과 김씨의 공모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SK그룹 자금을 동원한 선물 투자금 조성 주범에 대한 판단은 유보했다. 검찰에 따르면 SK텔레콤 SKC&C가 2008년 10월 베넥스에 출자한 투자금 497억원을 김씨가 빼돌려 최 회장의 선물투자를 대행한 무속인 김원홍씨 계좌로 송금했고 한 달 뒤 김씨는 SK E&S와 SK가스, 부산도시가스의 투자금 495억원으로 이를 메웠다. 검찰은 누구의 지시로 김씨가 이 같은 횡령을 했는지 공소사실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검찰은 최 회장에 대한 조사가 끝난 뒤에야 주범이 최 회장인지 아니면 최 부회장인지를 가릴 수 있다고 보고, 조만간 최 회장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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