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천(71ㆍ구속기소) 제일저축은행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사촌처남 김재홍(72ㆍ구속) KT&G복지재단 이사장뿐 아니라 대통령의 손윗동서인 황태섭(75)씨도 은행 고문으로 영입해 관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 회장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이들과의 교류를 시작한 것으로 밝혀져, 대통령 친인척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15일 저축은행비리합동수사단에 따르면 유 회장은 2008년 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둘째 언니 남편인 황씨를 제일2저축은행 고문으로 위촉해 매달 고문료를 지급했다. 현재까지 고문직을 유지하고 있는 황씨가 받은 고문료는 모두 수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후원회 사무국장을 지낸 황씨는 지난해 11월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제기한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과 관련해서도 언급됐던 인물이다. 당시 강 의원은 "황씨의 주선으로 남 사장의 부인이 청와대 관저에서 김 여사를 만났고, 남 사장 연임이 성사되자 1,000달러짜리 수표 다발이 김 여사와 황씨 쪽으로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의혹은 경제 전문가도 아닌 황씨를 유 회장이 고문으로 끌어들인 이유가 석연치 않다는 데 있다. 유 회장은 김재홍 이사장도 2009년쯤 지인에게서 소개받은 뒤, 11차례에 걸쳐 지속적으로 금품을 제공했다. 황씨가 받은 고문료에 대가성이 있을 개연성이 있다는 얘기다. 검찰은 유 회장을 상대로 황씨 영입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등을 캐고 있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범죄 혐의점은 포착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보강 조사를 거쳐 황씨를 소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처럼 대통령 친인척의 연루 정황이 조금씩 드러남에 따라 만약 유 회장이 자신의 정ㆍ관계 로비 의혹과 관련해 본격적인 진술을 하게 될 경우, 제일저축은행 사건은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능가하는 초대형 게이트로 번질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유 회장이 털어놓은 로비 대상은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 보좌간 박배수(46ㆍ구속)씨와 김 이사장 두 명이지만 황씨 등 또 다른 인사에게도 문어발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원 동해 출신으로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온 유 회장은 정ㆍ관계와 재계에 폭넓은 인맥을 갖춘 마당발로 알려졌다. 유사시에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인사들과 교분을 쌓으면서 용돈을 건네는 등의 방법으로 '관리'를 해 왔다는 것이다. 그는 1993년부터 친분을 맺은 서울시 간부 출신 이모(59)씨의 부탁을 받고는 45억여원이라는 거액을 별다른 심사도 없이 대출해 주기도 했다.
일단 수사의 외연은 강원지역 출신 정치인들을 향해 넓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검찰은 최근 유 회장이 이광재(46) 전 강원지사에게도 금품을 건넸다는 첩보를 입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유 회장은 이 전 지사와의 친분은 인정하면서도 금품 제공과 관련한 구체적인 진술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 주변에서는 강원 출신의 다른 정치인들도 거론되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유 회장과의 개인적 인연을 극력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유 회장의 '검찰 인맥'이 수사선상에 오를 개연성도 아직 남아 있다. 수사망이 자신을 향해 좁혀오던 무렵, 유 회장의 통화 목록에는 검찰 중간간부와 수사관이 등장했다. 전직 검찰 고위간부들도 리스트에 오르내리고 있다.
검찰은 이에 대해 "단순한 민원성 전화였을 뿐, 수사 무마 로비를 벌였다고 볼 단서는 현재로서는 전혀 없다. 수사할 계획도 아직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향후 유의미한 진술이나 증거가 확보될 경우, 검찰 내부를 향해서도 칼끝이 향할 수밖에 없어 그 폭발력을 가늠키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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